“타노스 코치님 절대 인종차별할 사람 아니에요”…전북 선수들의 존경과 조용한 분노 [김영훈의 슈퍼스타K]

“타노스 코치님은 절대 그런 일(인종차별)을 할 사람은 아니에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인종차별 논란으로 징계받은 전북현대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수석코치. 선수들은 그를 향해 존경을 표하며, 침착하게 한마디 한마디를 이어갔다.

전북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에서 연장전 혈투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통산 여섯 번째 코리아컵 우승, 두 번째 더블(2관왕) 대업을 달성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마냥 기쁠 수는 없었다. 이날 타노스 코치의 고별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리그 36라운드에서 타노스 코치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손 검지를 두 눈에 갖다 댔다. 이를 두고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북은 ‘판정을 잘 봐달라’는 의미라고 반박했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해당 제스처가 인종차별로 의심된다며 타노스 코치에게 5경기 출전정지 징계와 2,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타노스 코치는 결국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행동의 판단 자체가 모호했던 상황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자, 전북은 타노스 코치의 징계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논의를 이어간 끝에 징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외풍을 맞은 타노스 코치였지만, 마지막까지 프로로서 최선을 다했다. 강원FC와 코리아컵 4강 2차전에서 퇴장을 당한 거스 포옛 감독을 대신해 열정적으로 결승전을 지휘했다. 선수단에 적극적으로 전술을 지시했고,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거침없이 항의를 이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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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팬들이 타노스 코치를 위해 내건 걸개. 사진=김영훈 기자
전북현대 팬들이 타노스 코치를 위해 내건 걸개. 사진=김영훈 기자

전북 팬들 또한 타노스 코치를 지지했다. 경기 시작 전 “타노스 코치님 당신은 죄가 없습니다” 등의 걸개를 내걸었다. 경기 중간에는 “타리코!”라고 외치며 힘을 실었다.

선수단은 전반 추가시간 이동준의 선제골이 터진 뒤 벤치 앞에 모여 타노스에게 90도로 인사하며 감사함을 전했고, 타노스 코치는 박수로 화답했다.

경기가 끝난 후 타노스 코치는 가장 먼저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두 팔을 벌려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팬들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이후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으며 미소 지었다.

코리아컵 우승 확정 후 팬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타노스 코치. 사진=김영훈 기자
코리아컵 우승 확정 후 팬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타노스 코치. 사진=김영훈 기자
코리아컵 우승 확정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는 타노스 코치. 사진=김영훈 기자
코리아컵 우승 확정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는 타노스 코치. 사진=김영훈 기자

전북 선수들은 타노스 코치를 향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주장 박진섭은 MVP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타노스 코치님은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 모든 문화를 존중하는 지도자다. 코치님뿐만 아니라 포옛 감독님을 비롯한 그의 사단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은 골을 넣은 뒤 꼭 코치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K리그1 베스트11 골키퍼로 뽑힌 송범근도 타노스 코치에 대해 진지하게 답했다. “한국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타노스 코치님”이라고 베스트11 수상 당시 밝혔던 그는 이날도 같은 생각을 전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송범근은 “제가 아는 타노스 코치님은 절대로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재심이 기각됐지만, 다시 한번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 선수들에게 보여준 신뢰, 존중, 행동은 항상 진심이었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모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아껴줬다. 진심으로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이다”라고 고백했다.

코리아컵 MVP를 수상한 캡틴 전북현대 박진섭.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리아컵 MVP를 수상한 캡틴 전북현대 박진섭. 사진=연합뉴스 제공

선제골의 주인공인 이동준은 “타노스 코치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라며 “김천상무에서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코치님을 오래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짧게나마 지내본 코치님이 인종차별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동준의 선제골을 도움 송민규는 “타노스 코치님은 가족과 같은 사람이다. 포옛 감독님을 비롯한 그의 사단 모두가 너무 가족같이 잘 대해줬다. 모든 구단 구성원을 잘 챙겨줬고, 필요한 부분을 잘 채워줬다”라며 “경기 후 타노스 코치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눈물이 났다. 선수들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전북현대 이동준. 사진=김영훈 기자
전북현대 이동준. 사진=김영훈 기자
전북현대 김진규. 사진=김영훈 기자
전북현대 김진규. 사진=김영훈 기자

주축 미드필더 김진규 또한 타노스 코치를 치켜세웠다. 그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팬이 이번 징계 결과에 대해 생각이 많을 것 같다. 타노스 코치님을 1년 가까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온 사람은 선수들이다. 절대 인종차별을 할 사람이 아니다. 코치님 외에도 포옛 감독님, 불가리스 파나요티스, 디에고 포옛 코치님 모두 우리에게 진심이었고, 한결같이 대해줬다. 덕분에 우리가 1년 동안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처음 적응 기간도 있었지만,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모두에게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이었다.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시즌을 함께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상암(서울)=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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