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에서는 매번 불안했던 ‘미운 오리’ 최원태(삼성)가 준PO 1차전 에이스로 펄펄 날았다.
삼성의 토종 우완투수 최원태가 자신을 향해 쏟아진 의심을 불식시키는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최원태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서 6이닝 2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5-2 승리를 견인했다.
삼성 선발 최원태는 이날 산발 출루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위기조차 없었을 정도로 완벽한 호투를 선보였다. 사사구는 단 1개에 불과했고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SSG 타선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했다.투구수 단 92구. 앞선 와일드 카드 결정전의 부진이나 개인 통산 PS 약세도 완벽하게 털어냈다.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는 팔색조 투구를 뽐냈다. 포심패스트볼(21구)-슬라이더(25구)-체인지업(23구)-투심패스트볼(19구)-커브(4구)-커터(1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활용해 많은 삼진과 범타를 유도한 최원태였다.
하지만 사실 이번 시리즈 등판 전까지만 해도 최원태의 앞날은 가을야구 운명과 앞날은 매우 불안했다.
앞서 정규시즌 27경기서 8승 7패 평균자책 4.92에 그치며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포스트시즌 첫 시리즈였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탈락하며 불펜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했을 최원태는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7회 2사 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서도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내려오는 굴욕을 당했다. 맷 데이비슨에게 3구만에 사구를 허용한 최원태가 후속 타자 권희동에게 초구 볼을 던지자 삼성 벤치는 곧바로 교체를 선택했다. 단 4구만에 올 시즌 PS 등판을 마감한 굴욕이었다.
사실 포스트시즌 무대에만 서면 약한 남자가 됐던 최원태다. 포스트시즌 통산 18경기 평균자책점 11.16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매번 난타를 당하거나 무너지는 좋지 않은 모습을 반복했다.
그런 까닭에 준PO 1차전을 앞두고 최원태가 선발로 예고되자 의심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삼성이 1~3선발을 WC에서 모두 소모한 까닭에 최원태가 나오지만 호투할 거란 예상보단 경기 전부터 쓴소리를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이 더 많았다.
9일 준PO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 또한 “가라비토가 2차전 마무리를 하면서 1~3선발을 WC에서 소모를 한 상태다. 이제 4선발인 최원태 선수가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최원태 선수가 시즌 중에 SSG를 상대로 강한 면모가 있었기에 좋은 분위기 속에 좋은 투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정을 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실제 최원태는 올 시즌 SSG를 상대로는 5경기서 2승 1패 평균자책 3.18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천에서 등판한 3경기서도 17.1이닝을 던지면서 1승 1패 평균자책 3.63으로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막상 경기 뚜껑을 열어보자 최원태의 투구는 불안한 모습이 전혀 없을 정도였다. 1회 초 이재현의 PS 역대 첫 초구 선두타자 홈런으로 1점 차 리드를 안고 1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최원태는 박성한을 삼진으로 잡아 낸 이후 안상현에게 땅볼을 유도해 직접 잡아 처리했고, 에레디아마저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면서 가볍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2회 이닝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최원태는 후속 타자 최정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이후 고명준에게도 포수 땅볼을 끌어냈다. 이어 최지훈에게도 3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져 2루수 땅볼을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 삼성 타선이 김영웅의 투런 홈런으로 3-0의 리드를 안겨주자 최원태도 더 힘을 냈다. 3~5회는 추가 안타 허용 없이 단 1개의 볼넷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3회 최원태는 류효승을 루킹 삼진, 조형우를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 박성한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에도 최원태는 안상현과 에레디아를 범타 처리한 이후 한유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에도 최원태는 고명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후 최지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류효승까지 루킹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3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6회가 이날 최원태의 최대 위기였다. 이닝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날 2번째 이닝 선두타자 출루 허용인 동시에 한유섬을 제외한 첫 타자 출루 허용이었다. 후속 타자 안상현에게도 대형 파울홈런을 맞으면서 불안했다. 하지만 유격수 뜬공으로 타자를 잡아냈다. 이어 에레디아에게 체인지업-투심-커브 레퍼토리를 이용해 헛스윙 삼진을 끌어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삼진을 잡은 이후 포효하고 이어 마운드를 내려오는 최원태를 향해 3루를 가득 메운 삼성 원정 팬들과 삼성 선수단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힘들었던 준PO 1차전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에이스를 향한 예우였다.
삼성 불펜진이 7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7회 올라온 2번째 투수 김태훈이 고명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3점 차로 쫓기게 됐다. 하지만 이후 나온 불펜 투수들이 추가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내면서 삼성과 최원태가 귀중한 준PO 1차전 승리를 거뒀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