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초반 난조를 이겨내지 못했다. 수비진의 실책이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코디 폰태(코디 폰세+최원태)’ 최원태(삼성 라이온즈)의 이야기다.
최원태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 삼성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은 이번 가을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정규리그 4위(74승 2무 68패)로 가을야구에 나선 이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5위 NC 다이노스(71승 6무 67패), 3위 SSG랜더스(75승 4무 65패)를 제쳤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1차전에서 8-9로 무릎을 꿇은 뒤 2차전을 7-3 승리로 가져왔다. 이후 3차전에서는 4-5로 분패했으나, 연타석 3점포를 쏘아올린 김영웅의 맹활약을 앞세워 4차전을 7-4 승전보로 장식,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왔다. 거듭된 혈전으로 선수단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이지만, 반드시 이날 승리해 지난해(준우승)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선발투수로 최원태를 출격시켰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최원태는 이후 LG 트윈스를 거친 뒤 올해부터 삼성에서 활동 중이다. 통산 244경기(1258.2이닝)에서 86승 65패 평균자책점 4.42를 올렸다. 올해 27경기(124.1이닝)에서는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를 마크했다.
특히 최근 활약이 좋다. 지난해까지 가을야구 통산 17경기에서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에 그치며 포스트시즌에 약한 면모를 보였지만, ‘옛말’이 됐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0이닝 1사사구 무실점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나, SSG와 만났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호투했다. 6이닝 2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을 적어냈다. 이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7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지며 ‘가을 사나이’로 발돋움했다. 이에 삼성 선수들은 가을 들어 한화의 슈퍼 에이스 폰세만큼 잘 던진다며 ‘코디 폰태’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사령탑의 믿음도 굳건했다. 경기 전 만난 박진만 감독은 “흐름이나 분위기가 좋다. 가을 사나이답게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최원태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부담 때문이었을까. 시작은 좋지 못했다. 1회말 손아섭의 우전 안타와 루이스 리베라토의 볼넷, 문현빈의 희생 번트로 연결된 1사 2, 3루에서 노시환, 채은성에게 각각 1타점 좌전 적시타,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이후 하주석에게도 볼넷을 범하며 무너지는 듯 했으나, 김태연을 포수 플라이로 유도, 힘겹게 이닝을 마감했다.
2회말은 깔끔했다. 최재훈(좌익수 플라이), 심우준(삼진), 손아섭(삼진)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그러나 3회말 들어 다시 흔들렸다. 리베라토를 중견수 플라이로 막았지만, 문현빈의 좌전 2루타와 노시환의 중전 안타로 1사 1, 3루와 마주했다. 여기에서 채은성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는데, 이때 수비진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노시환마저 홈을 밟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어 하주석을 2루수 직선타로 이끌었지만, 김태연의 땅볼에 유격수 이재현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한 점을 더 헌납했다. 후속타자 최재훈을 3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후 4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최원태는 선두타자 심우준을 3루수 땅볼로 이끌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삼성은 두 번째 투수로 좌완 이승민을 선택했다. 투수 교체 당시 3루 응원석에 위치한 많은 팬들은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내며 최원태를 격려했다.
최종 성적은 3.1이닝 5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5실점 3자책점. 총 투구 수는 60구였으며, 패스트볼(24구)과 더불어 체인지업(14구), 커터(12구), 투심(6구), 커브(4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측정됐다. 삼성은 5회초가 흘러가는 현재 한화에 1-5로 끌려가고 있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