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이 1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한화 이글스가 LG 트윈스의 파트너로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를 11-2로 대파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한 한화는 1위 LG(85승 3무 56패)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정규리그 2위(83승 4무 57패)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한화는 1차전에서 9-8 승전고를 울렸다. 이후 2차전에서 3-7로 분패했지만, 3차전을 5-4 승리로 장식했다. 4차전에서는 황준서, 김서현, 한승혁 등 불펜진들의 부진 속에 충격적인 4-7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날 승전보로 한국시리즈 1차전이 펼쳐지는 잠실로 향하게 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다.
반면 삼성은 아쉽게 시즌을 여기서 마감하게 됐다. 정규리그 4위(74승 2무 68패)를 마크한 사자군단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5위 NC 다이노스(71승 6무 67패), 3위 SSG랜더스(75승 4무 65패)를 제쳤지만, 한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모든 것을 불사지른 선수들의 투혼은 많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화는 투수 코디 폰세와 더불어 손아섭(지명타자)-루이스 리베라토(중견수)-문현빈(좌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하주석(2루수)-김태연(우익수)-최재훈(포수)-심우준(유격수)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이에 맞서 삼성은 김지찬(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자욱(지명타자)-르윈 디아즈(1루수)-김영웅(3루수)-김태훈(좌익수)-이재현(유격수)-강민호(포수)-류지혁(2루수)으로 타선을 구축했다. 선발투수는 최원태.
기회는 삼성에게 먼저 다가왔다. 1회초 구자욱의 2루수 방면 내야 안타와 디아즈의 중전 안타, 김영웅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연결된 것. 단 김태훈이 낫아웃으로 돌아서며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위기를 넘긴 한화는 1회말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손아섭의 우전 안타와 리베라토의 볼넷, 문현빈의 희생 번트로 완성된 1사 2, 3루에서 노시환, 채은성이 각각 1타점 좌전 적시타,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삼성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2회초 이재현의 우전 2루타와 강민호의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완성된 2사 3루에서 김지찬의 낫아웃 포일에 3루 주자 이재현이 홈을 파고들었다. 한화 벤치는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려 했으나, 세이프임을 알았던 폰세가 다급히 말렸다.
삼성이 공격권을 쥐고 있던 3회초에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1사 1루에서 디아즈의 강한 직선 타구가 폰세를 강타한 것. 극심한 고통에도 폰세는 즉각 1루로 공을 뿌려 아웃카운트를 챙겼으며, 디아즈는 마운드를 방문해 폰세와 포옹, 미안함을 표했다. 이후 폰세는 김영웅의 자동 고의4구로 2사 1, 2루에 몰렸으나, 김태훈을 포수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찬스를 노리던 한화는 3회말 점수 차를 벌렸다. 문현빈의 좌전 2루타와 노시환의 중전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3루에서 채은성이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쳤다. 이때 상대 수비진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그 사이 노시환마저 홈을 파고들었다. 하주석의 2루수 직선타로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김태연의 땅볼 타구에 삼성 유격수 이재현이 송구 실책을 범한 사이 채은성도 득점했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5회말 득점 행진을 재개했다. 문현빈의 우전 안타와 노시환의 우중월 2루타로 연결된 무사 2, 3루에서 채은성이 우중월로 향하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6회말에는 심우준의 땅볼 타구에 나온 상대 3루수 실책과 손아섭, 리베라토의 볼넷으로 완성된 무사 만루에서 문현빈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다급해진 삼성은 8회초 이재현의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유가 생긴 한화는 8회말 문현빈의 비거리 120m 우월 2점포, 채은성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3점을 보태며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자축했다.
한화 선발투수 폰세는 82개의 공을 뿌리며 5이닝을 5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1실점(0자책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이어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4이닝 1실점)가 마운드를 지킨 가운데 타선에서는 단연 채은성(4타수 3안타 5타점), 문현빈(3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이 빛났다. 이 밖에 노시환(5타수 4안타 1타점)도 뒤를 든든히 받쳤다.
삼성은 거듭된 혈전으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점이 뼈아팠다. 이재현(3타수 3안타 1타점)은 맹타를 휘둘렀지만, 팀 패배를 막기엔 힘이 모자랐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