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026시즌은 이미 실패한 시즌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루이스 아라에즈, 로비 레이 등 시즌이 끝나고 FA가 될 베테랑들은 트레이드될 것이다.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이적 루머도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실패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구단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인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재능이 마침내 만개한 것은 나름대로 큰 소득이다.
엘드리지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원정경기에서 가운데 담장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리며 팀의 7-0 승리에 기여했다.
앞선 3회초 1사 1, 3루 기회를 해결하지 못했던 그는 5회초 다음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시즌 9호 홈런. 지난해 빅리그 데뷔, 10경기에서 타율 0.107에 그쳤던 그는 이번 시즌 55경기에서 타율 0.269 출루율 0.360 장타율 0.477 기록하며 마침내 잠재력을 꽃피운 모습이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엘드리지는 “공은 잘 보였다. 공이 잘 보여도 상대 투수가 잘 던지면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앞선 타석에서 스플리터에 좋은 스윙을 했는데 타이밍이 너무 빨라서 놓친 것이 아쉬웠다. 득점권 기회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 화가난다. 그 상황이 자극제가 된 거 같다”며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기회에서 타점을 올리지 못하니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상대 투수가 정말 잘 던졌다. 오프시프 피치로 타이밍을 뺏어 타자가 앞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더그아웃에 있던 몇몇 이들은 그걸 보며 ‘답답함이 부른 홈런’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나는 답답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타석에서 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신인 타자의 활약에 대해 평했다.
엘드리지는 “후반기 첫 경기지만, 지난 며칠간 계속 경기를 치른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면서도 “전반기는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휴식기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재정비하고 후반기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주 좋은 출발이었다”며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남은 시즌 기대치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팀의 승리를 돕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방식이든, 팀이 요구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금 시점에서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어느 타순에 있든, 수비를 맡든 지명타자를 맡든 내 임무는 주자를 불러들이고 수비를 잘하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바이텔로는 “그냥 지금처럼 그다운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 뻔한 대답같지만, 그는 정말 한결같은 선수다. 그저 지금처럼 자기답게, 수비에서도 정말 열심히 노력해 주면 된다”며 이 신인에게 바라는 점에 관해 말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마운드에서도 좋은 일이 있었다. 선발 랜든 루프가 7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지난 7일 이후 11일 만에 등판한 그는 “오랫동안 쉬다가 다시 평소 루틴을 소화하려니 몸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잘 이겨냈다”며 자평했다. “초반부터 타자와 승부해서 일찍 아웃을 잡아내고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고 헸다. 수비가 정말 훌륭했어요. 수비진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투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바이텔로 감독은 “오늘은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만핬지만, 볼넷이 나온 상황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스트라이크 존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며 선발의 투구를 칭찬했다.
잘 던지고 잘 치면서 후반기 첫 경기를 이겼다. 이제 관건은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다. 바이텔로는 “오늘 보여준 태도를 시즌 내내 유지해야 한다. 오늘 잘 싸웠지만, 결국 1승을 거둔 것뿐이다. 내일은 또 다른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 뒤 시리즈 두 번째 경기도 분발을 다짐했다.
[시애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