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행이었다”는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남은 건 말이 아니라 숫자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이현석)는 13일 어도어가 광고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어도어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11억 원 가운데 계약 위반을 이유로 한 10억 원을 인정한 것이다. 신 감독 개인을 상대로 한 1억 원 청구는 기각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무단 게시’ 여부였다. 앞서 돌고래유괴단 소속 신 감독은 걸그룹 뉴진스의 ‘ETA’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뒤, 감독 편집판 영상을 돌고래유괴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어도어 측은 사전 협의 없이 영상이 공개됐다며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돌고래유괴단은 “감독이 자신의 채널에 영상을 올리는 건 업계에서 통상 허용되는 관행”이라고 맞섰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열린 변론 과정에서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뮤직비디오 감독이 자신의 SNS나 채널에 영상을 게시하는 건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해당 영상 게시가 어도어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졌고, 계약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봤다. ‘관행’이라는 주장보다 계약 관계와 권리 침해 여부를 더 엄격히 본 셈이다. 그 결과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고, 금액은 10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종종 관행으로 여겨졌던 행위라도, 계약과 권한의 경계를 넘을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말로는 정당화될 수 있었던 주장들이, 판결문 앞에서는 숫자로 정리된 날이었다.
‘관행이라더니’라는 말이 끝난 자리에는, 10억 원이라는 결론만 남았다.
[김승혜 MK스포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