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동국이 정체를 숨긴 채 아들 시안의 경기를 지켜보다 바로 옆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아들이 평가받는 순간을 마주했던 일을 털어놨다.
7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남겨서 뭐하게’에는 야구 레전드 이종범과 축구 레전드 이동국이 출연해 운동선수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의 고민을 나눴다.
이동국은 아들 시안이 축구를 하면서 자신 때문에 더 많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털어놨다.
자신 역시 처음에는 시안이가 운동하는 것을 반대했다며 “본인의 노력으로 일정 수준에 올라가도 항상 뒤에 DNA가 어떻네, 아들을 괴롭히는 아버지가 어떻네라는 구설수가 계속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걱정이 실제 경기장에서 현실이 된 적도 있었다. 이동국은 “시안이가 시합을 뛰다가 승부차기에서 실축해서 못 넣었던 적이 있었다”며 당시 자신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정체를 숨긴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이동국은 당시 주변 관계자들이 “야, 이동국 아들이 저걸 못 넣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있었지만, 경기 중인 시안에게는 이미 ‘이동국 아들’이라는 이름이 따라붙고 있었던 셈이다.
더 마음 아픈 순간은 그다음이었다. 이동국은 “그런데 그걸 시안이가 들었다. 시안이가 울더라”고 털어놨다.
이를 듣던 이종범은 자신도 비슷한 이유로 아들 이정후의 경기장을 멀리했다고 밝혔다. 이정후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당시부터 시합에 잘 가지 않았다며 “다른 학부모들의 시선도 약간 안 좋고, 뭘 가르쳐주면 정후가 혜택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일부러 안 갔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중학교 1학년이 된 뒤부터는 자신은 거의 가지 않고 아내가 경기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종범 역시 처음에는 이정후가 운동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아들이 직접 하고 싶다고 선택했고 결국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먼저 같은 시간을 지나온 이종범은 시안이가 부모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혼자 듣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저희들이 상상한 것보다 더 많다”고 이동국에게 말했다.
이동국에게는 또 다른 걱정도 있었다. 몸싸움이 자연스러운 축구 경기에서 시안이가 상대 선수와 부딪혀 파울을 범하기만 해도 “‘이동국 아들인데 인성 봐라’ 그런 식으로 계속 얘기하고 받아들이더라”며 평범한 경기 장면까지 아버지의 이름과 연결되는 현실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이종범은 시안이가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네가 이동국 아들이야?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같은 말을 듣게 될 것”이라며 멘탈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동국에게 자신의 경험을 한마디로 건넸다.
“정후도 그렇게 듣고 컸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