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이 이번엔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사건 실화극 ‘소년들’로 돌아온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년들’ 제작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정지영 감독과 배우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염혜란이 참석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로, ‘삼례나라슈퍼 사건’으로 불리는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재구성했다.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 금윰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에 이어 사건 실화극 ‘소년들’로 돌아온 정지영 감독은 과거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인해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은 현실에 이와 같은 일이 더 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영화화를 결심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의 전말을 관객들이 몰입해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정의롭고 열정적인 형사 ‘황반장’이라는 인물을 설정하고, 관객들이 그가 느끼는 사건에 대한 의구심과 분노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을 점층적으로 배치하는 구성을 택했다.
정지영 감독은 “감독이 소재를 찾을 때, 항상 신문이나 사건 기사를 보거나 한다. 실제로 제가 삼례나라슈퍼 사건 전에 약촌오거리 사건을 영화화 하고 싶었는데, 이건 이미 하고 있다고 하더라. 삼례나라슈퍼 사건의 내용을 보니 훨씬 깊은 내용들이 있었다. 그때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실화이지만 풀어가는 사건의 인물은 다른 사건의 인물을 데려왔다. 그래서 실화극이다”라며 “‘소년들’은 2023년이 아니라 2000년대 통틀어서 반드시 많은 관객이 봐둬야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해 수많은 관객들을 만나온 대한민국 대표 배우 설경구가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 역은 유준상이 맡아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실력파 배우 진경이 우리슈퍼 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 역으로 분했으며, 허성태가 완주서에서 유일하게 ‘황준철’을 끝까지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를 맡았다. 염혜란은 재수사에 나선 ‘황준철’을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 역으로 합류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정지영 감독은 배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도 호흡에 대해 엄지를 치켜들며 서로를 칭찬했다. 설경구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많이 도움 받으면서 했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역시 설경구와 한 작업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워낙에 선하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분이라 같이 하는 내내 그게 느껴졌다. 함께 한 배우들도 말할 것도 없이 너무 너무 좋은 분들이라 화면에 같이 잡혀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며 만족했다.
허성태는 “기억에 남는 게 극중에서 술을 한 잔 마셔서 설경구에게 꼬장을 피우는 장면이 있다. 그때 설경구가 진짜로 소맥을 타주시더라. 그때 너무 짜릿했다. 리얼하게 잘 나올 수 있었다. (설경구가) 외유내강 타입이다. 무서울 것 같지만 정말 연기할 때, 찍을 때 한없이 다 열어주시고 허락해주신다. 무서울 때는 또 무섭지만 너무 부드럽다. 제가 배우 의자를 처음으로 받았다. 저는 그때 엄마랑 같이 펑펑 울었다. 어머니 지금 집에 그 의자에 앉아 계신다. 정말 좋았다”며 웃었다.
염혜란은 “형사들이 너무 재밌어 보여서 그 팀에 합류하고 싶었다. 설경구는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 연기의 정석 같은 느낌이 있어서 항상 많이 배우면서 작업하고 훔쳐봤다”고 덧붙였다.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통해 1999년 과거의 잊혀진 사건이 아닌 2023년 현재,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되짚어보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자기 메시지가 분명 있다. 근데 보는 삶들이 각자 다르게 가져간다. 다만 관객들이 재밌고 감동적으로 보기를 바라면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사건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뤘고, 조금 제 머릿속에 각인이 됐던 사건이었다. 제가 출연한 작품 중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전작에도 있었다. 실화 바탕으로 한 영화가 배우 입장에서 세게 오는 게 있다. 실화라는데서 오는 강렬함이 있다”라며 “정지영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셔서,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정지영 감독님의 진심이었다”라고 소개했다.
유준상은 “영화 끝난 뒤에 펑펑 울었다. 그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풀어내는 게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을 화면에 보여주는 것들 등 시간이 지나서 개봉되는 거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고 감각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어느 시대에 나와도 좋은 영화다. 앞으로도 그렇고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정말 남다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가 힘을 잃어가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좋은 작품 안에서 같이 빛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허성태는 “전주에서 촬영을 하면서 저 혼자는 되게 울고 불고하는 시간도 많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설경구 선배님 따라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이었는데, 사람 허성태가 느꼈던 감정 기복이 있었다. 만약 이 영화를 보시면 저보다 그런 감정들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거다”라고 자신했다.
염혜란은 “부산에서 이 영화를 처음 관객들과 봤었다. 가슴 아프고 먹먹해지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용기, 힘을 주는 영화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강로3가(용산)=손진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