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국이 싫다. 조직문화도 싫다.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는 사회가 싫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는 계속해 질문을 던지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주인공 계나(고아성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직장인 계나는 학자금을 겨우 다 갚고도 2시간이나 걸리는 대중교통에 몸을 실고 회사로 향한다.
계나는 직업도 있고, 다정한 취준생 남자친구 지명(김우겸 분)도 있다. 그러나 무료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 현실에 벽에 부딪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곤 계나는 무모할 수 있는 계획을 실행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가족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거낸 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뉴질랜드로 향한다.
계나는 차고에서 숙식을 하면서도 열심히 영어를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성격도 옷차림도 달라진 모습으로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계나는 행복 찾았을까. 이것도 확답할 수 없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영화에서 계나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추위를 타는 펭귄’에 은유된다. 동화에서 펭귄은 추운 나라에서 살아야 하지만 따뜻한 곳을 찾는다. 아이러니한 펭귄의 모습처럼, 계나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향한다.
장 감독은 “한국 사회에 대한 피로감,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 등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영화로 만들려 했다. 왜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한국 사회를 힘들어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한국 사회가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기반을 만들고 있는지, 기회는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질문하려 했다”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전했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대행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우리 청년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와 다양한 고민을 가감 없이 드러내 공감을 사는 영화기 때문”이라며 “계나는 손쉽게 뭔가를 포기하거나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존을 지키는 길을 선택한다. 이런 모습이 젊은 세대들이 삶을 대하는 모습들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출간 당시 ‘헬조선’이라고 불리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행복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장건재 감독이 영화화했다. ‘잠 못 드는 밤’,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으로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고아성, 주종혁, 김우겸이 출연한다.
‘한국이 싫어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추후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