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종(34·대전하나시티즌)은 2022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J1리그 감바 오사카를 떠나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대전은 부산 아이파크, FC 서울, 아산 무궁화(군 복무), 감바에 이은 주세종의 프로 다섯 번째 팀이었다.
주세종은 “다른 팀에서 뛸 땐 나이나 생각이나 어렸던 것 같다”며 “축구가 팀 스포츠이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돋보일 수 있을지 생각했었다”고 돌아봤다.
“대전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내 머릿속엔 딱 한 가지만 있었다. 어떻게 하면 팀과 함께 K리그1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대전에선 팀을 위해 축구에만 열중했던 듯하다. 훈련이나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때도 축구만 생각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이토록 축구에 진심이었던 적은 없었다. 대전은 내게 그런 팀이다.” 주세종의 진심이다.
주세종은 2022시즌 후반기 K리그2 17경기에서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K리그1 승격에 이바지했다. 주세종은 김천상무와의 2022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도 모두 나서 1골을 기록했다.
주세종은 대전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2023시즌엔 프로 데뷔 후 처음 주장 완장까지 찼다. 주세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 중심을 잡으며 대전의 K리그1 잔류에 이바지했다. 주세종은 이 시즌 K리그1 30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2024시즌 대전은 크게 흔들렸다.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승격을 이끌었던 이민성 감독이 물러났다.
황선홍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됐다. 큰 변화가 있었다. 대전은 2024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무려 11명을 품었다. ‘국가대표 풀백’ 김문환, 대구 FC 중원 핵심 밥신, 일본으로 떠났었던 이시다 마사토시 등이 대전에 합류했다.
주세종이 7월 27일 대구전을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보이질 않았다. 주세종은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주세종은 B팀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다.
대전은 시간이 갈수록 단단함을 더했다. 특히나 대전은 2024시즌 K리그1 파이널 B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주세종이 그라운드로 돌아온 건 11월 24일 홈에서 펼쳐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대전이 K리그1 잔류를 확정 짓고 치른 경기였다.
주세종은 이날 후반 32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주세종이 긴 기다림 끝 팬들 앞에 다시 선 순간을 떠올렸다.
주세종은 “경기 투입을 준비할 때부터 아주 힘들었다”며 “팬들이 엄청난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셔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이어 “그라운드에 투입된 뒤엔 팬들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경기를 마친 뒤엔 참았던 눈물이 터지더라. 올 한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느 해보다 기대를 받았다. 그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 시즌 중엔 감독님이 바뀌었다. 선수단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보통 시즌 중 변화가 크면 여러 잡음이 나오곤 한다. 대전은 달랐다. 모든 선수가 자기 욕심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뛰었다. 우리가 K리그1에 살아남은 이유”라고 했다.
올 시즌 최종전은 주세종에게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제주전은 주세종의 K리그1 200번째 출전 경기였다.
주세종은 “한국 최고의 무대에서 200번째 경기를 뛰었다”며 “대전을 비롯해 몸담았던 모든 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200경기를 채울 수 있어 더 뜻깊다.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 프런트, 팬 모든 구성원에게 감사하다. 시즌 중반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팀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선임으로서 선수들이 스트레스와 압박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잔류 경쟁이란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힘들어하는 선수가 있으면 먼저 다가가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했다.” 주세종의 얘기다.
주세종은 여전히 대전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선수다. 주세종도 팬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다.
주세종은 “이렇게 힘든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팬들 덕분”이라며 “너무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팬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이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팬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팬들이 힘들 때 옆에 계셨기에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었다. 우린 팬들을 위해 K리그1 잔류에 만족할 수 없다. 더 높이 나아가야 한다. 내년에도 경기에 나서든 나서지 못하든 내 역할이 있을 거다. 처음 대전에 왔을 때 이 팀을 어떻게든 K리그1에 올려놔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승격 후엔 K리그1에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했다. 계속해서 대전을 위해 내 모든 걸 쏟아내겠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