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상대 투수와 싸우는 게 아니었다. ‘부담감’에 짓눌려 자신과 싸웠던 FA 60억 타자가 ‘마음의 족쇄’를 풀었다. 그리고 LG 타선을 깨우는 맹활약을 펼쳤다. 바로 박해민(32)의 이야기다.
LG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힘과 선발 케이시 켈리의 호투를 앞세워 5-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LG는 시즌 11승(7패)째를 기록하며 3연패를 탈출하는 동시에 두산을 끌어내리고 다시 2위를 탈환했다.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LG가 기록한 13안타는 4월 16일 대전 한화전(13안타)과 함께 LG의 올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 공격을 이끈 선수는 다시 리드오프로 전진 배치 돼 3안타를 때린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이날 1회 초 LG의 선두타자로 나서 깨끗한 우전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튼 이후 두산 선발 이영하의 견제 실책 때 2루를 밟았다. 이어 오지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선취득점을 냈다. 이어 박해민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상황 땅볼로 포스아웃 됐으나 LG는 추가 안타, 볼넷, 적시타를 묶어 3점을 뽑고 승기를 잡았다.
6회 초 4-1로 앞선 세 번째 타석에선 이영하를 상대로 이날 세 번째 안타이자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는 귀중한 활약을 더했다. 그야말로 LG 타선의 공격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LG 타선도 이런 박해민의 선전에 힘입어 팀 시즌 첫 번째 선발전원안타를 때리며, 지난 16일에 이어 올 시즌 가장 많은 13안타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수훈선수 인터뷰실에서 만난 박해민은 “시즌 초에 너무 부진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타석에서 소극적이 되더라. 워낙 안 맞아서 오늘은 ‘될대로 돼라’는 마음으로 타격했다”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LG와 4년 60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팀에 새롭게 합류한 박해민. 하지만 앞선 17경기에서 타율 0.159(63타수 10안타)로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특히 LG의 3연패 기간 동안엔 9타수 1안타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던 박해민이다.
그러다보니 통산 상대 전적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로 강했던 이영하를 상대로도 여유를 갖지 못했다. 박해민은 “사실 이영하를 만나서 편안한 게 있었을텐데 너무 안 좋다보니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며 “그래서 오늘은 상대를 생각할 것도 없이 ‘정말 될대로 돼라’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그동안 너무 잘 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지나쳐서 생각만 앞서다 보니까 오히려 힘들었던 것 같다”는 게 박해민 스스로가 내린 진단이었다. 그런 이유로 박해민은 경기 전 타격 훈련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푼다는 기분으로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부진의 기간 동안 스스로를 ‘늪에 빠뜨렸다’는 고백도 전했다. 박해민은 “투수들과 싸워야 하는데 나는 항상 ‘지금 내가 맞는지 아닌지’를 두고 스스로와 싸우는 스타일의 타자여서 소극적인 마음이 많이 들었다”면서 “타석에서 방어적인 모습이 나타나서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고 털어놨다.
삼성 시절에도 박해민은 유독 시즌 초반 약한 ‘슬로우 스타터’ 유형이었다. 실제 통산 타율도 3월 0.258(19경기 66타수 17안타), 4월 0.254(172경기 590타수 150안타)로 좋지 않았다가 5월 0.290로 회복되고 6월 0.303으로 완벽하게 살아나는 양상을 보여왔다.
박해민은 “(슬로우스타터라고)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한다. 이적을 하다보니 시즌 초반 부진이 크게 와닿는 것 같다”며 “잘 하고 싶고 (좋은 모습을) 잘 보여드리고 싶고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까 삼성에 있을땐 ‘원래 그런 선수니까’하고 지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마음의 부담은 이제 더 내려놓을 생각이다. 자신이 부진했던 기간 1번 타자로 맹활약을 하다 22일 3번타자로 나섰던 홍창기에 대해서도 그는 “(홍)창기는 지난해도 LG에서 최고 타율을 기록한 타자고 골든 글러브를 받은 타자”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내가 다시 1번으로 가면서 혹시 창기한테 영향이 있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제 잠실 홈팬들, 또 나아가 LG 팬들의 응원에 더 보답하겠다는 마음뿐이다. 박해민은 “오늘(22일) 예전 느낌을 많이 받았다. 팬들이 육성 응원을 해주시니 ‘진짜 야구가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팬들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야구장에서 푸시는 느낌이었다. 나 역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