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무거움이 있는 거 같아요. 무거움을 내려주려고요.”
최태웅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승점 10점 2승 11패로 6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라이벌 삼성화재와 두 경기에서는 세트스코어 2-1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4-5세트를 내리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6연패. 9일 OK금융그룹전을 지면 구단 역대 최다 연패 타이 7연패에 빠지게 된다.
팀의 부진이 길어지자 주축 선수 전광인은 주장직을 내려놓았다. 2021년 후반 군 전역과 함께 팀의 주장직을 맡았던 전광인은 약 2년 만에 주장직을 반납하게 됐다. 대신 문성민이 주장 완장을 찬다. 문성민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캐피탈 주장직을 맡았다.
비시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팀을 비웠던 전광인. 사실 전광인은 발목 부상을 안고 대회를 뛰었다. 휴식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허리 부상을 안은 정지석(대한항공)과 함께 투혼을 펼쳤다. 공격 시도 후 착지할 때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고질적인 무릎 통증도 안고 있기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역대 최악의 7위라는 성적을 냈지만 부상을 안고 뛴 선수들의 투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전광인은 여전히 100% 몸이 아닌 상황에서 뛰고 있고, 정지석은 올 시즌 아예 뛰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프로이기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핑계다. 전광인의 올 시즌 기록은 예년 시즌들에 비하면 초라하다. 13경기 나와 104점 공격 성공률 46.63% 리시브 효율 42.27%에 불과하다. 경기당 평균 8점에 그치고 있고 공격 성공률, 리시브 효율 모두 개인 통산 기록에 미치지 못한다(전광인 V-리그 통산 공격 성공률 53.34%, 리시브 효율 45.34%).
그래서 최태웅 감독은 전광인을 선발에서 제외하기도 하고, 아예 한 세트를 내보내지 않는 등 나름의 컨디션 관리에 힘썼다. 그러나 전광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경기력에 큰 차이가 있다. 팀이 잘 나가는 상황이면 휴식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럴 처지가 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다.
또 언제나 자신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한 전광인이기에 힘들어도 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주장까지 맡고 있으니 부담감은 다른 선수들보다 그 이상이었다. 자신의 몸도 안 좋은데, 팀까지 신경 써야 하니 쉽지 않았다.
이제는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배구에만 집중하려 한다. 5일 삼성화재와 홈경기 종료 후 최태웅 감독은 “큰 이유는 없다. 대표팀에 다녀온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또 경기에서 계속 지고, 분위기가 다운되다 보니 주장의 무거움이 있는 것 같았다. 주장의 무거움을 내려주려고 주장을 바꿨다”라고 이야기했다.
주장직을 내려놓고 치른 5일 삼성화재와 경기. 비록 팀은 2-3으로 졌지만 전광인은 14점에 공격 성공률 59.09% 리시브 효율 40.74%를 기록했다. 10점 이상 기준 공격 성공률은 올 시즌 가장 좋았다. 최태웅 감독도 “광인이의 경기력은 괜찮았다”라고 평했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100%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고, 허수봉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렇지만 누가 뭐라 해도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 팀이다.
주장이란 부담을 내려놓은 전광인은 다음 경기서 팀의 연패 탈출에 힘을 더할 수 있을까.
현대캐피탈은 오는 9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과 경기를 가진다.
천안=이정원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