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Z-Fight Night를 거쳐 세계 최고 대회 UFC로 진출한 마테우스 카밀루(24·브라질)가 입성 자격을 놓고 겨룬 도롭쇼흐 나보토프(26·타지키스탄/러시아)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2024년 12월14일 경기도 고양시 KINTEX 제2전시장 7A홀에서 ZFN 2가 열렸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5분×3라운드 라이트급(70㎏) UFC Fight Pass 제3경기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도롭쇼흐 나보토프를 꺾었다.
데이나 화이트(56) UFC 회장은 다음 날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아말리 아레나에서 열린 UFC on ESPN 63 기자회견 도중 “Lookin‘ for a Fight를 통해 마테우스 카밀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소속 에이전시 Iridium 및 ZFN의 UFC 진출 발표가 뒤를 이었다.
ZFN은 두 차례 UFC 페더급(66㎏) 타이틀매치 경력에 빛나는 한국 역대 최고 스타 ‘코리안 좀비’ 정찬성(38)이 만든 단체다. 모든 메인카드는 OTT 서비스 UFC 파이트 패스를 통해 200여 국가로 생중계됐다.
도롭쇼흐 나보토프는 2024년 10월 UFC 308 기자회견장을 관중으로 찾아가 데이나 화이트 회장에게 “제발 출전 기회를 달라. 누구와 어디서든 대결할 준비가 됐다”고 어필했다.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2021년 러시아 Absolute Championship Akhmat에서 2승을 기록한 도롭쇼흐 나보토프가 ZFN 2 참가 및 Lookin‘ for a Fight 출연을 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2022~2023년 미국 Fury FC에서 3승 1패를 기록한 마테우스 카밀루가 상대로 정해졌다.
ACA는 ‘파이트 매트릭스’ 세계랭킹 282명을 보유한 글로벌 2위 규모 종합격투기 단체다. 세계랭킹 53명의 퓨리FC 역시 글로벌 17위로 만만치 않지만, 전반적인 대회 레벨을 비교하면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지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시합 결과는 반대였다.
Lookin’ for a Fight는 UFC와 계약할 인재를 물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2015년부터 잠재적인 종합격투기 슈퍼스타를 탐지하는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아 출연하고 있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그저 나를 바닥에 눌려두려고, 케이지 끝으로 밀어 넣으려고만 했다”며 ZFN 2에서 도롭쇼흐 나보토프를 떠올린 후 “최선을 다해 주먹질과 발차기로 충격을 주려고 노력했다. 테이크다운을 당해도 일어나면 계속 펀치로 공격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도롭쇼흐 나보토프는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타지키스탄에서 레슬링을 배웠다. 마테우스 카밀루도 인정했듯이 그라운드 포지션 유지 및 클린치 공방 역시 나보토프가 앞섰다. 그러나 ZFN 공식 규칙을 보면 그래플링은 타격보다 덜 중요한 요소다.
ZFN 배심 판정, 즉 채점 결정요인을 보면 ▲1순위 스탠딩 타격 및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 ▲2순위 테이크다운 및 포지션 점유 ▲3순위 서브미션 및 스위프(리버설)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 UFC 또한 마찬가지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타격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최선을 다했다. 도롭쇼흐 나보토프의 얼굴을 향해 자주 주먹을 날렸다. 물론 상대는 강했고, 레슬링 기반의 본인 스타일대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나는 휘말리지 않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을 했다”며 밝혔다.
도롭쇼흐 나보토프는 2019년 국제종합격투기연맹(IMMAF) 유럽오픈 라이트급 우승 및 2021년 러시아 Fighting Network League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냈다. 2019년 러시아종합격투기연맹 독립국가연합선수권 페더급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독립국가연합(CIS)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몰도바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ZFN 2에서 도롭쇼흐 나보토프를 꺾어 ‘파이트 매트릭스’ 57점에서 70점으로 18.6% 상승했다. 57점은 현재 UFC 라이트급 75위 및 상위 78.1%, 70점은 UFC 라이트급 66위 및 상위 68.8%에 해당한다.
전국 신문 ‘USA 투데이’가 선정한 ‘2024년 10월 승리로 UFC 입성이 가능한 5명’ 중 하나였지만, 예상과 달리 미국 무대에서 이기고도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을 삼키고 있던 마테우스 카밀루한테 다시 기회를 준 것은 데이나 화이트 회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찬성 대표다.
Lookin‘ for a Fight 제작진은 정찬성 대표한테 ZFN 2에서 도롭쇼흐 나보토프를 상대할 선수를 고르게 했다. 이미 UFC 하위권 실력자였고 유명 언론이 주목하는 잠재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코리안 좀비’의 선택이 없었다면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아라 ZFN 2 기자회견 및 승리 인터뷰에서 “매 순간 힘이 되는 에너지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한국이 내 집처럼 느껴졌다. 응원한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하다. 기회를 준 정찬성 대표한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극기와 함께 ZFN 2 킨텍스 현장에 입장한 것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마테우스 카밀루는 “정찬성 같은 전설이 만든 ZFN의 흥행을 위해 시합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현역 시절 당신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UFC 활약을 다짐했다.
2019년~ 9승 2패
KO/TKO 4승 무패
서브미션 2승 2패
2022~2023년 미국 FFC 3승 1패
2024년 ZFN 승리 및 UFC 진출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