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시즌을 끝장내버린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른 투수, 그에게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우완 오라이언 커커링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11회말 2사 만루에서 앤디 파헤스를 상대한 그는 땅볼 타구를 유도했지만,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더듬다가 다시 홈에 급하게 던진 것이 크게 벗어나면서 결승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냥 1루로 던졌으면 이닝을 끝낼 수도 있었던 상황. 포수 J.T. 리얼무토도 손가락으로 1루를 가리켰지만, 커커링은 이를 보지 못하고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 실책으로 필라델피아는 이 경기를 졌고,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충격적인 결말은 많은 화제를 일으켰고, 그만큼 다양한 반응도 쏟아졌다. 커커링에 대한 비난도 많았지만, 그에 대한 격려도 쏟아졌다. 특히 전직 투수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메이저리그에서 18시즌을 뛰면서 세 차례 올스타에 뽑혔고 현재는 MLB네트워크에서 해설로 일하고 있는 댄 플리삭은 자신의 X에 “18년간 경기 후반부에 던지는 투수로 활약하면서 좋은 경기도 있었고 나쁜 경기도 있었다. 커커링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불속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그 것이 어떤 모습인지 알기 어렵다. 마운드 위는 가장 멋진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구에서 가장 외로운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숨어 있을 곳이 없다. 스포츠는 가끔 정말 잔인한 생계수단이 될 때도 있다. 그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세 시즌을 뛴 전직 투수 밥 파일도 자신의 X에 “10년간 프로 선수로 활동했다. 경기 후반,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온갖 감정이 나올 수 있다. 어느 날은 도저히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고, 어느 날은 자신을 구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커커링의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마운드 위에 서서 그 경기를 어깨에 짊어지지 않는 이상,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마운드 위는 당신을 영웅처럼 느끼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구상 가장 외로운 곳이 될 수도 있다. 숨어 있을 수도 없고 변명도 할 수 없다. 야구선수는 세계 최고의 직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잔혹하기도 하다”며 후배를 위로했다.
명예의 전당 멤버이자 현재 방송 해설로 활동중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계속해서 고개를 들고 이번 일에서 배워라. 우리 모두는 이런 일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마라. 모든 동료들도 이해할 것”이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페드로는 여기에 덧붙여 필라델피아 팬들에게 “이 재능 있는 친구가 남은 커리어 이것을 짊어지게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투수로 뛰며 오승환, 김광현과 팀 동료였고 현재 ‘FOX’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애덤 웨인라이트는 자신의 X를 통해 “어제 다저스와 필리스의 경기는 마지막이 어떻게 끝났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보기 어려운 경기였다.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커커링에 대해 생각하니 슬프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가 본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시즌이 갑작스럽게 끝난 믿을 수 없이 비통한 순간에도 포수 리얼무토는 커커링을 위로했다. 닉 카스테야노스는 우익수 자리에서 뛰어와 그를 껴안았다. 롭 톰슨 감독은 계단 위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안아주면서 사랑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그를 위로한 팀 동료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가끔 우리는 결과와 퍼포먼스만 생각하면서 이들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커커링은 팀원 모두의 사랑을 얻었다. 누군가와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해 162경기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함께하면 가족이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면 슬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커커링을 향한 그들의 응원과 사랑은 정말 멋졌고 보기 좋았다. 충격적인 패배의 순간, 필리스는 실수한 어린 선수를 감싸면서 진정한 품격을 보여줬다”며 필리스 선수단을 칭찬했다.
커커링은 2022년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 출신으로 2023년 빅리그에 데뷔, 3년간 13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9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기분은 정말 최악이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