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토자 이긴 건 아니잖아? 진짜 축하할 일 아니야.”
‘스턴건’ 김동현, ‘코리안 좀비’ 정찬성도 이루지 못한 UFC 아시아 남성 챔피언. 그러나 조슈아 반은 큰 행운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반은 지난 UFC 323에서 알렉산드레 판토자의 1라운드 팔 부상과 함께 TKO 승리, 플라이급 챔피언이 됐다.
UFC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남성 챔피언의 탄생이다. 그동안 수많은 아시아 강자가 챔피언 벨트에 도전했으나 모두 웃지 못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정찬성은 조제 알도를 상대로 잘 싸웠으나 어깨 부상을 당하며 아쉽게 패배했다.
다만 역사는 역사일 뿐 현재 플라이급 챔피언, 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가 드미트리우스 존슨 이후 가장 위대했던 플라이급 챔피언 판토자를 실력으로 꺾은 건 아니기에 ‘진정한’ 플라이급 챔피언은 아니라는 시선이 많다. 물론 행운도 준비된 자에게 따라온다고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반은 판토자가 끔찍한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챔피언이 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두고 많은 선수와 팬은 비판했다. 판토자를 실력으로 이기지 못했으면서 진정한 챔피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UFC 레전드 맷 브라운은 ‘더 파이터 vs. 더 라이터’에서 “솔직히 말하면 타이틀전이었기에 반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사실만 보자. 반은 자신의 삶에서 이 챔피언 벨트를 얻기 위해 살아왔다. 엄청난 목표를 이룬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30살까지 100만 달러를 모아보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거의 이루기 힘든 수준의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런데 반은 이뤘다. 어떻게 달성했는지가 중요한가? 그의 허리에는 이미 챔피언 벨트가 있는데? 그가 꿈꾼 순간이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이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반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반이 판토자를 마지막까지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력이든 운이든 결국 챔피언이 된 건 반이었다. 그는 그 순간이 기뻤을 수 있지만 결국 불운의 부상을 당한 전 챔피언을 마지막까지 존중할 필요는 있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진정한 챔피언으로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나라면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짜로 싸워서 이기고 싶었을 테니까. 물론 기쁜 건 이해한다. 그러나 나였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도 마음속으로는 제대로 이겨서 얻은 승리가 아니기에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그 순간은 사실 통제하기 어렵다. 2만명, 즉 피를 원하는 팬들로 가득한 곳이기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흥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은 현재 브랜든 모레노에게 첫 KO 패배를 안긴 타이라 타츠로와 연결되고 있다. 만약 여기서 타츠로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판토자를 꺾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1년을 가지 못할 것이다. 아니 ‘가짜 챔피언’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브라운은 “(앤더슨)실바가 (크리스)와이드먼과 싸우다가 다리가 부러졌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와이드먼은 그때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 ‘내 기술로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비판했다. 물론 그건 웃긴 이야기”라며 “나였다면 더 담담하게 상황을 봤을 것이다. ‘나는 챔피언이니까 X까’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크게 축하할 일은 아니다. 벨트를 가졌다는 건 그 체급에서 가장 강하다는 상징이다. 근데 판토자를 실제로 이기지 못했는데 진정한 챔피언일까? 하지만 역사가 기록될 때는 이런 사정은 알지도 못하고 그저 ‘반이 챔피언’이라는 것만 보게 된다. 크게 축하할 일은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