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우 시프트’ 전술적 유연함 보여준 정경호 감독, 잇몸으로 싸워 견뎌낸 강원…‘3630일’ 만에 깬 안양 징크스 [MK현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술적 유연함으로 버텨낸 승리였다.

강원FC는 지난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 하나은행 K리그1 2026 27라운드 맞대결에서 모재현의 1골 1도움 활약을 앞세워 3-0으로 완승했다.

최근 4경기 2무 2패로 부침을 겪은 강원은 승점 3을 추가해 40점 고지를 밟았다. 다시 4위로 올라서며 상위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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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은 ‘잇몸’으로 싸워 값진 결과를 얻었다. 주축 수비수 이기혁과 신민하, 미드필더 이승원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에 차출됐고, 고영준, 최병찬, 강투지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전반기 상승세를 이끈 ‘고강도 압박 축구’의 핵심 멤버가 대거 이탈, 정경호 감독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 안양과 맞서야만 했다.

그동안 확고한 플랜A를 보여줬던 정 감독은 선수단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어진 카드를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무엇보다 ‘서민우 시프트’가 힘을 발휘했다. 정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인 서민우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해 빌드업의 출발점 역할을 맡겼다. 중원에는 이유현과 김동현을 배치했다. 세 선수가 5-4-1 포메이션의 중심을 책임지며 공수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잡았다.

정 감독은 팀의 최강점인 전방 압박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보다 한 칸 아래인 중원 지역에 배수진을 친 뒤 안양의 공격을 틀어막는 데 집중했다. 이후 최전방의 장신 공격수 김건희에게 볼을 배급하며 공격을 풀어갔다.

강원은 전반 19분 프리킥 상황에서 카림의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물꼬를 텄고, 후반 9분 김건희, 후반 13분 모재현이 연달아 골망을 갈랐다. 지난해 강원 부임 후 안양전에 유독 약했던 정 감독은 6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강원 역시 2부 시절인 2016년 9월 28일 이후 3,630일 만에 안양 원정에서 징크스를 타파하게 됐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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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안양전을 앞두고 핵심들이 빠진 상황에서 전술적 고민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전술 플랜을 수정해 나갔다. 그는 “팀 상황이 참 어렵다. 이탈한 선수들이 많아서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 플랜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팀 내 중앙 수비수가 많이 비어있다. 선수들에게 내가 먼저 하고 싶은 방향성을 제안했다. 선수들이 달라지는 전술 방향성을 이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선수들도 서로의 장점을 채워갈 수 있도록 접근했고, 그에 맞춰 잘 준비했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도드라진 효과를 본 서민우의 중앙 수비수 변신은 오랜 코치 생활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하던 정 감독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정 감독은 “성남FC 코치 시절 강원을 상대한 적이 있다. 당시 (서)민우가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패스가 좋은 선수다. 3백의 중심을 잘 잡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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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대처를 보여준 것은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5백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춰 위치를 옮겼다. 후반전 안양의 외국인 공격수 블레이즈가 투입되자 3백의 중앙을 지켰던 서민우가 오른쪽의 박호영과 위치를 바꿨다.

이는 정 감독의 지시가 아닌 바뀐 전술을 빠르게 습득한 선수들의 소통이 빛난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서민우는 “벤치 지시는 아니었다. 상대 공격수가 힘이 좋은 선수라서 내가 밀린다고 생각했다. 안양이 더 직선적으로 공격을 풀어가길래 나보다는 (박)호영이가 이를 막는 데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 중 즉흥적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벤치에 전달할 시간이 없었다. 내 생각대로 바꾼 것이다. 내 나름대로 꾀를 한번 부려봤다”라고 덧붙였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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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도 이 부분을 짚으며 “오늘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선수가 강원의 감독이었다. 너무나 자랑스럽다”라고 선수단을 치켜세웠다.

값진 결과를 안은 강원이지만, 핵심 선수들의 이탈은 변함이 없다. 향후 일정에서도 정 감독은 같은 전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주중에 있을 전북 현대전이 생각났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였다. 어떻게 접근할지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원은 28일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전북(2위·승점 42)과 리그 28라운드를 치른다. 만약 전북을 잡고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2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한편, 정 감독은 강원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구단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또 한 번의 돌풍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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