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2004~2007년 한국 종합격투기(MMA) 라이트급(-70kg)을 논하면 김도형(34·피스트짐)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단체 ‘네오파이트’의 토너먼트를 3차례 제패했고 일본 MARS의 8인 그랑프리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기량과 입담 겸비한 주먹 대통령
이명박(75) 제17대 대통령이 2007년 당선되고 2008년 취임한 것과 맞물려 외모가 닮은 김도형은 ‘링 위의 대운하’ 내지는 ‘주먹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실력과 유명세의 조화에 화려한 언변이 더해졌다.
한국 최대 대회사였던 ‘스피릿 MC’에 합류한 김도형은 지금은 제2대 로드 FC 라이트급 챔피언 신분인 권아솔(30·압구정짐)과 대립했다. 스피릿 MC 데뷔전이 치러진 2008년 4월27일은 지금까지도 회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대 최고 명대사 주인공
1분46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라는 조르기 기술로 항복을 받으며 스피릿 MC 첫 경기를 끝낸 김도형은 객원해설로 중계에 참여한 권아솔을 도발했다. “거기서 마이크 잡지 말고 지금 당장 싸우자”라는 김도형의 말에 권아솔이 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한국 MMA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가 나왔다.
“야 권아솔, 내 몸을 건드리는 순간 널 죽일 수도 있어.” 김도형이 해외 프로레슬링 대사를 참고했다는 이 발언을 뛰어넘는 도전적인 발언이 국내 무대에서 나오기란 당분간 쉽지 않을듯하다.
‘주먹 대통령’ 김도형(가운데)은 현재 TFC 라이트급 토너먼트 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사진=TFC 제공
■제자 조종하는 지도자의 재미
최근 권아솔이 경기 안팎에서 맹활약(?)하는 동안 김도형은 지도자로 변신했다. 한국 단체 TFC의 라이트급 토너먼트에 ‘감독’으로 합류한 것이다. 세계최대 격투기 전문매체인 미국 ‘셔도그’가 2007년 10월11일 발표한 체급별 순위에서 페더급(-66kg) 8위에 올랐던 김종만(38)과 참가자를 양분하여 가르친다.
MK스포츠와 만난 김도형은 “조종하는 느낌이라 재밌다”면서 감독 데뷔의 즐거움을 드러냈다. “제자들한테 기술적인 면을 짚어주다 보니 오히려 현역시절보다 스파링은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입담도 건재했다.
■‘인신공격’ 지양…‘기량’만 논해라
그래도 “예전보다 ‘머리’로는 더 많이 아는데 이제 몸이 잘 안 따라준다”고 정색하는 모습에서는 벌써 감독 티가 났다. 진지해진 틈을 타서 한때 입심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김도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근래 격투기에서 부쩍 증가한 갈등구도와 언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말싸움은 둘의 실제 대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데 한몫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이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문을 연 김도형은 “개인적으로 논쟁의 주제는 ‘실력’으로 국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인격모독’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상대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고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소속 대회사에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후배들에게 교훈을 남겼다.
■우월했기에 남을 평가했을 뿐
그렇다면 과거 거침없는 발언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간단하다. 나는 한국 라이트급에서는 최상위에 속한다고 자부했고 지금 돌이켜봐도 자만이 아니라 그럴 자격이 있었다”면서 “꼭대기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같은 체급 다른 선수들을 ‘평가’하는 마음으로 말했으니 거리낌이 없었다”고 회상하는 김도형은 여전히 그다웠다.
■김종만과 코치대결은 글쎄
TFC 라이트급 토너먼트가 도입한 2팀·2감독 구도는 UFC 리얼리티 프로그램 ‘디 얼티멋 파이터(TUF)’를 연상시킨다. TUF 결선의 메인이벤트는 해당 시즌 촬영 내내 반목한 두 팀 코치 간의 맞대결인 경우가 대다수다.
아마도 TFC 역시 김도형-김종만 경기성사를 염두에 두고 감독으로 선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도형은 시큰둥했다.
“굳이 또 해야 하나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 “내가 쉽게 이겼기에 동기부여가 딱히 없다. 게다가 김종만은 나보다 은퇴 기간도 갑절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둘은 2007년 4월14일 네오파이트 -73kg 8강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만났다. 결과는 김도형의 만장일치 판정승.
김종만은 2003년 네오파이트 -80kg 토너먼트로 데뷔하여 웰터급(-77kg)과 -73kg을 거쳐 ‘페더급’이라는 자신의 체급을 찾았다. MMA 체급 세분화 과정을 몸으로 실감한 세대다.
현역 마지막 경기만 봐도 둘의 체격 차이는 여전하다. 김종만은 2013년 6월29일 라이트급, 김도형은 2015년 4월5일 계약 체중 -76kg이었다.
김도형에게 김종만은 ‘과거 완승한 하위체급 선수, 자신보다 공백기가 646일(만 1년9개월8일) 더 긴 선수’로 여겨진다는 얘기다. TFC 라이트급 그랑프리의 대미를 김종만-김도형으로 장식하려면 무슨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