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을 이어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 통산 KBO리그 1900번째 출전 경기에서 결승포를 치며 KT위즈의 7연승을 이끈 황재균이 소감을 전했다.
황재균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5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김동주로부터 볼넷을 얻어낸 황재균은 KT가 1-0으로 앞서던 3회초 첫 안타를 신고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동주의 2구 136km 포크를 공략,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를 생산했다. 아쉽게 후속타자 이호연이 2루수 병살타에 그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5회초 유격수 땅볼로 돌아선 황재균의 방망이는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7회초 매섭게 돌아갔다. 2사 1루에서 두산 우완 불펜투수 정철원의 3구 147km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황재균의 시즌 2호포.
이후 KT는 8회말 김인태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허용했으나, 더 이상의 실점은 내주지 않으며 4-3 승리를 완성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391일 만에 7연승을 달성한 KT는 48승 2무 43패를 기록, 두산(46승 1무 43패)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KT의 3위는 지난 4월 19일 수원 SSG랜더스전 이후 107일 만이다.
결승포 포함 최종 타격 성적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 1득점을 올리며 KT의 승리를 이끈 황재균은 경기 후 “연승을 이어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오늘 홈런 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어떻게든 정확히 맞추려 했었는데, 그게 좋은 타이밍에 걸려 결승 홈런이 나왔던 것 같다.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보다 살짝 넘어가서 좀 당황했다”고 결승포를 친 순간을 돌아봤다.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밥 먹듯이 치던 황재균은 올해 많은 아치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포함해 그가 올 시즌 터뜨린 홈런은 단 2개에 불과하다.
황재균은 이에 대해 “홈런이 안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냐”며 웃은 뒤 “처음에는 의식이 많이 됐는데, 지금은 안타도 많이 나오고 팀도 계속 이기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욕심을 버렸다. 이제는 그냥 진짜 중요할 때 결승타나 타점을 쳐주는 그런 느낌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KT는 경기 막판 두산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8회말 1점을 내줬고, 9회말에는 2사 1, 2루까지 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마주했다. 다행히 고전하긴 했지만, 불펜 자원 손동현(홀, 1이닝 1실점 비자책점)과 박영현(세, 1.1이닝 무실점)이 두산 타선을 잘 막아내며 동점 및 역전을 내주는 순간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황재균은 “손동현이나 박영현 둘 덕분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 지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선수들도 못 던지고 싶어서 못 던지는게 아니다. 맞아도 되니 편하게 하라고 그 말만 계속해줬다”고 피말렸던 8회말과 9회말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지난 6월 4일까지 ‘꼴찌’로 처졌던 KT는 최근 거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약 두 달여 만에 최하위를 탈출한 것은 물론, 이제는 선두권을 넘볼 수 있는 3위에 위치하게 됐다.
이 같은 원동력에는 막강한 선발투수진이 있다. 특히 최근 KT 선발진은 이날 선발로 나섰던 배제성까지 포함해 무려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황재균은 “저희는 투수진이 너무 좋다. 선발투수가 잘 버텨줬기 때문에 연승도 이어 갈 수 있었고, 한 번 지더라도 연패가 길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 투수들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물론 황재균을 비롯한 베테랑들의 활약도 더해진 결과다. 이번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진이 버텨주니 한 경기에 한 두번 오는 기회를 베테랑 타자들이 놓치지 않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승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황재균은 ”베테랑들이 해줄 수 있는 부분하고 어린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르다. 그래도 저희 팀에는 저 위에도 고참들이 있어 잘 뭉쳐서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도 우리들의 말을 잘 따라줘서 팀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번 져도 어차피 내일 또 이길 수 있는 분위기니 그냥 마음 편하게 하자고 한다. 그리고 지고 있어도 현재 팀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그러지 않는다“며 ”즐겁게 야구하려고 생각을 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그게 어린 선수들의 부담도 줄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2차 3라운드 전체 24번으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한 황재균은 이후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MLB) 등을 거친 뒤 2018시즌부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번 두산전은 그의 KBO리그 통산 1900번째 출전 경기였다. 이는 KBO리그 역대 28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를 들은 황재균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언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늙었다는 이야기“라면서 ”감사한 일이다. 일단 시합을 많이 나가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 또 그만큼 많은 부상을 안 당하고 나갔다는 것이니 ‘참 야구 오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폭염과 원정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잠실야구장에는 많은 팬들이 운집해 KT의 7연승을 응원했다.
황재균은 ”이 날씨에도 야구장에 오시는 것을 보면 정말 야구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대단하다고 느껴진다“며 ”항상 와주시는 것에 선수들은 감사함을 느낀다. 열심히 뛰는 것으로 보답하려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