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생’ 출신의 좌완 투수 민경수가 성공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민경수.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또 한 명의 ‘방출생 성공스토리’가 탄생할까. ‘방출생’ 출신의 좌완 투수 민경수가 거듭된 호투로 SK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민경수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LG에서 방출돼 지난해 11월 SK의 입단테스트를 거쳐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중이다.
입단테스트까지 거친 선수 치고는 이례적으로 곧바로 SK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1차 전훈지 플로리다 캠프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모두 무사히 소화하고 있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 20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9회초 마지막 투수로 나서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한 것은 물론 2경기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의 안정된 투구를 펼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단순히 연습경기 등판을 빼고서라도 코칭스태프들의 평가가 좋다는 것. 전력외 자원에서 확실한 SK의 전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직 2013 시즌을 시작도 안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사실 기대 이상의 결과다. 민경수는 프로 10년 동안 4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22의 성적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셈이다.
LG에서 방출된 이후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바닥에서부터 피나는 노력으로 기회를 잡았다. 최익성이 운영하고 있는 ‘저니맨 야구 육성 사관학교’를 찾아 지난해 9월부터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곳에서 민경수는 밑바닥부터 새롭게 자신을 바꿨다. 최익성 사관학교장의 지도하에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했다. 최 학교장은 “누구보다 많이 짤려 봤고, 누구보다 많이 실패하고 좌절해봤던 내가 아니면 누가 도울까 싶었다. 그리고 민경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절박함을 엿봤다”며 당시 민경수의 상태를 설명하기도.
이후 손연재 등의 유명 선수를 맡기도 했던 국내 최고의 재활 전문의로 꼽히는 어은실 박사의 지도하에 ‘신체를 사용하는 몸의 원리’부터 새롭게 깨우쳤다. 사지 끝부터 감각을 일깨우는 시도는 힘들고 길었지만 성과는 분명했다. 건장한 신체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알게 된 것. 한강 고수부지와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다니는 ‘외인 트레이닝’으로 정신 상태도 가다듬었다.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그저 방출을 면하는 선수가 아닌 팀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자는 마음도 굳게 먹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투병으로 정신을 번쩍 차렸다.
결국 이광근 SK 수석코치와 성준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테스트를 치러 흡족한 평가를 이끌어내며 11월 SK에 입단했다. 불과 3개월만에 투수진이 두껍기로 이름난 SK가 원하는 투수가 됐다.
환경은 갖춰졌다. SK는 정우람의 군입대 공백으로 박희수가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이동한다. 자연스럽게 좌완 불펜진 한 자리가 비게 된다. 현재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내년 개막 엔트리 진입도 꿈은 아닌 셈이다. 이제 새로운 스토리를 써나가는 것은 모두 민경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