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크의 왕’ 배준호가 손흥민의 빈자리를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채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은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4-0으로 대승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홈 2연전을 모두 무승부로 마무리한 아쉬움은 떨쳐내야 했다. 그렇게 쿠웨이트를 난타,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비록 자책골로 인정됐으나 선제골에 기여한 전진우의 활약, 그리고 2경기 연속 득점한 오현규, 1년 만에 골을 신고한 이강인 등 주인공은 많았다. 하나, 멀티 도움을 기록하며 손흥민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배준호 역시 최고였다.
배준호는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긴급 호출을 받았다. 문선민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손흥민의 자리인 왼쪽 측면에 배치된 배준호, 그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날카로운 슈팅으로 쿠웨이트 수비진을 시험했고 후반에는 이강인, 오현규의 득점을 모두 도왔다. 순간 판단 능력이 대단했다. 단 한 번의 주저함 없이 공격 본능을 뽐냈다.
아직 손흥민이 건재하지만 이제는 다음을 생각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배준호가 나타났다. 그는 잠시나마 손흥민을 잊게 하는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준호는 믹스드존에서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이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그래서 승리했고 기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공격수로서 골을 넣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고 또 넣고 싶었다. 그래도 어시스트로 팀에 도움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한 배준호다. 그는 “경기 전에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줬다.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잘 보여줄 수 있었다. 경기 후에는 수고했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배준호는 주로 ‘조커’ 카드로 활용됐다. 선발 출전은 큰 기회. 그는 “선발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내가 가진 걸 최대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보여드린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배준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처음부터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지는 않았으나 결국 긴급 호출됐고 선발 출전 후 멀티 도움까지 기록하며 홍명보 감독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배준호는 “대표팀에 오게 된 건 큰 기쁨이다. 물론 피로도는 있었다. 그래도 늦게 합류한 만큼 빨리 녹아들어서 최대한 많은 걸 받아들이고 잘 준비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부담은 없었다. 덕분에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바라봤다.
한편 이강인은 ‘젊은 피’가 중심이 된 이번 경기를 돌아보며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었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에 배준호는 “(이)강인이 형이 ‘형’ 역할을 많이 했다. 후배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선배다. 또 모범을 보여준다. 많이 따라다니면서 배우고 있다. 사실 축구를 하는 것만 봐도 많이 배울 수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