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롯데 자이언츠와 대구 홈경기 선발로 등판한 원태인은 직구로 몸쪽에 볼 같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잘 유인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6회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잘 던지다가 3실점하고 말았다. 이는 원태인의 아쉬운 수비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자신의 수비 실수로 결과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천정환 기자
노아웃에서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투수 앞 땅볼로 잘 유도하고, 2루 송구가 아쉬웠다. 아웃이 되긴 했지만, 정확히 갔으면 병살이 됐을 타구였다. 이후 김재유의 번트 때도 1루 송구가 뒤로 빠졌다. 악송구였다. 그 수비 2개가 3실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잘 던지다가 자신의 수비 때문에 무너지는 장면, 투수라면 누구라든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수비 하나로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일단 공을 던지고 난 뒤, 투수는 야수라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한다. 투수는 10번째 야수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원태인도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후반기 들어 체력적인 문제가 겪을 것이라고도 봤는데, 이날 경기에서도 원태인은 직구 구위가 많이 감소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수비 실수 후 손아섭과 이대호와의 승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손아섭에게 맞은 안타는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려들어갔고, 이대호에게 2루타를 맞을 때도 급하게 몸쪽 승부를 들어간 게 가운데로 몰려버렸다. 전반기때 나온 148km 정도 직구가 들어갔다면 이대호와 승부를 해볼만 했을텐데, 볼끝이 무뎌진 직구로는 어림없는 승부였다.
원태인은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에이스 재목이다. 이날 경기 실패가 좋은 경험과 교훈이 되길 바란다. 7~8년 에이스로 활약할 선수가 가야할 단계라고 생각하고, 이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했으면 한다.
우규민은 어려운 상황을 잘 막고 실점했는데, 초구를 너무 쉽게 몸쪽으로 가다가 안중열에 홈런을 내줬다. 베테랑 투수인데, 너무 쉽게 승부한 것 같아 아쉽다. 불펜투수들은 몸쪽에 붙이는 공은 확실하게 붙여줘야 한다.
롯데 선발 김진욱은 1이닝 만에 내려갔는데, 직구 스피드와 변화구 각도 좋지만, 제구력 완벽하지 않았다. 지금 1군에서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변화구를 던져야 더 좋아질 것이다. 롯데는 두 번째 나온 이인복이 꽤 긴 이닝을 잘 던졌다. 롯데의 승리는 이인복이 잘 막아준 게 원동력이 됐다. 우타자 상대로 투심 승부가 아주 좋았다. 또 스플리터도 우타자에게 위력적이었다. 다만 좌타자 승부가 아쉬웠는데, 횡으로 휘어들어가는 슬라이더는 좌타자에게 위험하다. 구자욱에 맞은 홈런도 휘는 공이 배트가 나오면서 맞아 넘어갔다.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는 그런 위험성이 있다. 슬라이더도 떨어지는 각이어야 하고, 커브 같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효과적이다. 좌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갖춰진다면, 선발로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9회 삼성 공격을 잘 막은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어렵게, 어렵게 승부하는 장면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마무리 투수는 신중해야 한다. 주자가 1, 2루에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는 호세 피렐라다. 거기서 점수를 주면 동점이나 역전이 된다. 승리가 무승부나 패전으로 바뀐다. 풀카운트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승부를 하는 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결국 볼카운트 1-2에서 스플리터로 3루 땅볼을 유도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상황 판단을 해서 승부를 했다면, 김원중은 영리한 마무리 투수다. 마무리 투수는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맞아서 안 되는 상황인지 확실히 파악하고 피칭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날 경기는 난타전도 아니고, 스코어도 5-4면 팬들이 보셨을 때 재밌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양 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팽팽한 승부를 펼친 경기였다. 최근 야구가 재미 없어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 안타까웠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경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