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박동원(LG 트윈스)의 말이었다. 과연 ‘엘동원(엘지 최동원)’ 에르난데스는 반등하며 고공행진 중인 LG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에르난데스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LG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2011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부름을 받은 에르난데스는 마이애미 말린스, LA 다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을 거친 우완투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99경기(303.1이닝)에서 10승 2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10을 써냈다.
이후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중반 케이시 켈리의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던 LG와 손을 잡았고, 정규리그 11경기(47이닝)에서 3승 2패 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마크했다. 특히 가을야구 활약이 빛났다. 불펜으로 KT위즈와 만난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00(7.1이닝 무실점)을 기록,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삼성과 맞붙었던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낸 에르난데스다. 3차전에 출격해 3.2이닝 2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LG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아쉽게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지는 못했으나, 에르난데스는 엘동원이라는 영광스러운 별칭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반은 좋지 못하다. 3월 2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1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지만, 이후부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일 수원 KT위즈전(0.2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1탈삼진 8실점)에서 주춤했으며,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5.1이닝 4피안타 3피홈런 4사사구 4탈삼진 4실점)에서도 흔들렸다.
14일 기준 성적은 3경기(13이닝) 출전에 1승 2패 평균자책점 8.31. 현재 LG가 14승 3패를 기록, 독주 체제 구축의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에르난데스는 LG가 패한 3경기 중 2패를 떠안으며 웃지 못하고 있다.
과연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근 만난 포수 박동원은 “다른 선발투수들이 너무 잘 던지니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제 생각에는 스트라이크를 더 잘 던지려 하는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해 봤는데, 생각이 저와 비슷하더라. 그래서 ‘우리 선발투수들이 (한 시즌 내내) 다 잘 던질 수 없다. 너는 보증된 선수다. 무조건 믿는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에르난데스는) 앞으로 27번 더 던져야 한다. 27번 던질 동안 계속 이렇게는 안 던질 것이다. 사이클이 있으니 조금만 천천히 하자 했다”며 “지금 속으로는 많이 힘들 것 같은데, 티를 전혀 안 내 마음이 더 아프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라.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잘나가고 있는 LG의 강점 중 하나는 에르난데스와 더불어 요니 치리노스(3승 평균자책점 1.80), 임찬규(3승 평균자책점 0.83), 손주영(3승 1패 평균자책점 4.30), 송승기(1승 평균자책점 2.00)로 꾸려진 견고한 선발진이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에르난데스마저 반등한다면 상승세가 더 가속화 될 수 있을 터.
박동원은 “에르난데스는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 지금은 좀 힘든 상황이긴 한데, 선발투수들이 계속 잘 던질 수는 없다. (일부 선발투수들이 고전하는 시기가 오면) 그때 에르난데스가 분명히 잘 던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에르난데스는 삼성을 상대로 반등하며 염경엽 LG 감독을 미소짓게 할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