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벌떼야구, 혹은 물량전. 불펜투수들을 효율적이면서 집중적으로 투입해 경기를 잡아낼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결과가 좋은 경우 용병술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진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투수교체 실패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하기도 한다.
리그 선두 KIA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팀 내 가장 도드라지는 약점이 불펜이다 보니 언제나 경기 후반부가 불안 불안하기 일쑤였다. 베테랑 임창용부터 영건 박진태까지, 세대면 세대, 유형이면 유형 이름값 구분 없이 꾸준히 시험하고 반복하고 변화를 걸었음에도 KIA의 불펜은 항상 제자리를 맴돌았다. 김기태 감독 역시 불펜 관련된 질문에는 미묘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 사기를 생각한 조치지만 대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의미 또한 담겨져있었다.
중차대한 리스크이기도 했다. 장기레이스에서는 어떻게 다른 부분으로 메울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뒷문불안이 큰 태풍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SK, 두산 등 상위권 팀이면서도 불펜이 부실한 팀이 KIA 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연 선두인 KIA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은 있는 자원으로 해결해야하기에 더욱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서서히 좋은 방향으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선발후보에서 이젠 어엿한 마무리투수로 성장 중인 김윤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필승조라 불릴 만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자원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만 살펴봤을 때 매우 고무적이다. KIA는 금주 강팀 SK, 두산과의 5경기 동안 3번의 무승부를 거치면서도 단 1패도 하지 않았는데 타선, 선발마운드 뿐 아니라 불펜진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놀라운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
우선 심동섭이 가세해 옵션을 늘렸다. 지난 5일 어깨가 좋지 않아 말소됐던 심동섭은 앞서 시즌 내내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으나 복귀 후 두 번의 피칭 동안 각각 승리투수와 홀드를 따내며 기분 좋은 재도약을 알렸다. 무엇보다 26일 SK전에서는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극적인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심동섭은 28일 경기 다소 내용이 좋지 못했으나 29일 두산전 때 다시 만회에 성공하며 지난 호투가 한 번의 우연이 아님을 보여줬다. 선발투수 헥터에 이어 7회 등판한 심동섭은 세 타자를 손쉽게 요리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매조지었다. 아슬아슬한 한 점차 상황. 강타자들이 즐비한 두산을 상대로 얻은 놀라운 쾌거였다.
기를 받았는지 이어 등판한 신예 사이드암 박진태도 이날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 중이던 박건우를 간단히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흐름을 이어갔다. 그리고 등판한 좌완 임기준은 가장 고비이자 강타자 김재환과 오재일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9회는 베테랑 임창용이 등판해 삼자범퇴로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KIA 불펜이 일시적이 아닌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후반기 KIA의 최대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심동섭은 물론, 박진태, 임기준 그리고 임창용까지. 이들은 근래 보기 힘든 완벽한 퍼펙트 구위를 선보였다. 각종 조합을 섞어내 얻은 성과다. 불펜이 강한 팀들이 주로 행하는 벌떼불펜 식 지키는 야구를 제대로 펼쳐 보인 것인데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엄청난 안정감에 KIA 팬들조차 어리둥절하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물론 한 경기 혹은 한 주간 활약에 그칠 수 있다. 여전히 KIA 불펜은 다른 팀들에 비해 압도적이지 못하다. 그렇지만 전날(29일) 경기를 통해 보여지 듯 불펜진이 잘 작동된다면 좌완에 사이드암, 우완 정통파까지 다양하면서, 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부터 패기 넘치는 데뷔 신예자원까지, 알찬 훌륭한 옵션이 많음을 보여주고 증명하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