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휴식 끝에 월드시리즈에 나선 LA다저스, 타선 부진을 걱정했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저스는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 4-11로 크게 졌다.
다저스의 방패가 토론토 창에 녹아내린 경기였다.
6회말 승부가 갈렸다. 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무사 만루에서 강판당했고, 이어 에밋 시한과 앤소니 반다 두 명의 불펜이 연이어 등판했지만 두 선수가 아웃 세 개 잡는 사이 도합 5피안타 2피홈런 1볼넷 6실점 허용하며 피해를 키웠다.
스넬의 잔류주자를 포함, 총 아홉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2-2로 팽팽했던 스코어는 단숨에 2-11로 벌어졌다. 승부는 거기서 갈렸다.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치른 토론토에게는 역사적인 이닝이었다. ‘ESPN’에 따르면, 월드시리즈 한 이닝 9득점은 1968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로 3회 10득점한 이후 가장 많은 한 이닝 득점이다.
또한 빅이닝의 정점이었던 1사 만루에서 데이비스 슈나이더 타석에 대타로 들어선 애디슨 바저의 우중간 담장 넘기는 만루홈런은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의 대타 만루홈런으로 기록됐다.
이날 다저스 시작은 좋았다. 토론토 선발 트레이 예사배지(4이닝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를 잘 공략했다. 2회 1사 1, 2루에서 키케 에르난데스의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냈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득점을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3회 무사 1, 2루 기회에서 윌 스미스가 우전 안타로 다시 한 점을 추가하며 숨통을 텄다.
스넬의 이전 호투를 생각하면 충분한 득점 지원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
토론토는 4회 무사 1루에서 달튼 바쇼가 가운데 담장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고, 6회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선발이 흔들린 다저스 마운드가 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4만 4353명의 토론토 관중에게 야유를 한 몸에 받았던 오타니 쇼헤이는 첫 세 타석에서 소득 없이 물러났지만, 7회에는 브레이든 피셔 상대로 우측 담장 넘기는 투런 홈런 때리며 뒤늦은 추격에 기여했다. 대세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한방이었다.
오타니는 9회에도 볼넷 출루했다. 토론토 관중들은 “우리는 너가 필요없어(We don‘t need you)!”를 외치면서 그를 조롱했다. 에릭 라우어의 1루 견제 시도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토론토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라우어는 대신 다음 타자를 잡으며 경기를 끝냈다. 1993년 이후 첫 월드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둔 토론토팬들의 함성이 로저스센터를 뒤덮었다.
선발 제외된 김혜성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다저스는 선발 출전한 아홉 명의 타자로 끝까지 경기를 치렀다.
[토론토(캐나다)=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