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끝난 뒤의 시간은 대개 ‘휴식’으로 불린다. 하지만 어떤 시간은 쉬는 동안에도 배우를 다른 자리로 데려간다. 배우 신세경의 파리에서 보낸 40일은 그랬다.
1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휴민트’ 제작보고회에는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류승완 감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신세경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 대해 “집이 아닌 곳에서 중장기적으로 머무는 건 쉽지 않지만, 저는 오히려 그 시간이 좋았다”며 “한 도시 안에서 같은 배를 탄 사람들과 지내며 치열하면서도 반짝이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동료 배우들의 증언으로 구체화됐다. 조인성은 “신세경 덕분에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 영어를 잘하니까 맛집도 알아봐 주고, 현장에서 통역도 많이 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정민 역시 “로컬 헬스장도 끊어주고, 그냥 그 동네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조인성은 “통역을 워낙 잘해줘서 용돈을 줘야 했나 싶었다”고 농담을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에피소드의 배경에는 신세경이 직접 공유했던 ‘파리 40일 살기’가 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파리에서의 일상을 공개하며, 이를 단순한 여행이 아닌 ‘머무는 시간’으로 규정했다. 촬영을 마친 뒤 짧게 다녀오는 일정이 아니라, 도시의 리듬 속에서 생활하며 언어와 동선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제작보고회에서 언급된 통역과 로컬 적응은 우연이 아니었다. 파리에서의 시간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기능으로 전환됐고, 그 결과 신세경은 배우이자 팀의 한 축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역할이라기보다, 함께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맡게 된 자리였다.
1998년 서태지 포스터 모델로 데뷔한 신세경은 어느덧 28년 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변화를 반복해온 그는, 이번 파리행을 통해 또 하나의 챕터를 쌓았다. 화려한 스타일 대신 일상의 옷차림으로 거리를 걷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배우 신세경’ 이전에 한 사람의 생활자로서의 얼굴을 보여줬다.
‘휴민트’는 비밀과 진실이 얼음 바다에 가라앉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2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파리에서의 40일은 지나간 휴식이 아니라, 현장에 남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신세경을 다시 한 번 다음 자리로 옮겨놓았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