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근육을 쥐어짜던 호랑이 관장이 이제는 세상 앞에서 허리를 숙인다.
전세 사기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체육관을 잃은 양치승이 ‘CEO’ 타이틀을 떼고 ‘영업직 상무’라는 낯선 명함을 들고 돌아왔다. 이는 단순한 이직이 아닌,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40대 남자의 처절하고도 숭고한 ‘생존 신고’다.
12일 양치승은 자신의 소셜 계정에 “26년 새로운 시작. 이제 대표가 아닌 회사원으로”라는 글과 함께 새 명함을 공개했다.
헬스장 로고가 박혀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전문 용역관리’라는 문구가, ‘관장’이라는 직함 대신 ‘상무’라는 직책이 새겨져 있었다.
양치승이 공개한 업무 내용은 청소, 경비, 옥외광고 등 철저한 ‘현장 비즈니스’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을 호령하던 카리스마는 잠시 내려놓고,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양상무에게 연락주십시오”라며 절박하게 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는 그가 겪은 시련의 깊이를 짐작게 한다. 강남구청의 퇴거 명령으로 3년 만에 헬스장을 잃고,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전세금마저 날린 상황. 화려했던 ‘스타 트레이너’의 자존심을 지키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을 터다. 그는 주저앉아 신세 한탄을 하는 대신, 땀 냄새 나는 노동의 현장을 택했다.
대중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단순히 불행해서가 아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산불 피해 복구 성금 1천만 원을 쾌척하는 등 ‘어른’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사기를 당해 벼랑 끝에 몰렸음에도 남을 도왔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월급쟁이’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체육관은 사라졌지만, 양치승의 ‘근육’은 아직 죽지 않았다. 단지 그 근육의 쓰임새가 덤벨을 드는 것에서, 가정을 지키고 삶을 영위하는 ‘생활 근육’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표가 아닌 회사원”이라는 그의 담담한 고백이 그 어떤 성공담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