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영희가 어린 시절 마음에 깊이 남았던 상처를 처음으로 꺼내놓았다. 웃음 뒤에 숨겨왔던 기억은, 아이였던 그에게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26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말자쇼’에서 김영희는 부모로서의 미안함을 토로한 사연자에게 조언을 건네던 중,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된 경험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는 나를 낳자마자 굉장히 독립적으로 사셨다”며 “배에 품고 있을 때까진 잘 챙겨줬지만, 태어난 뒤엔 ‘우린 다른 개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친모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믿게 됐던 결정적인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엄마가 음식을 정말 잘하시고, 좋은 재료만 쓰셨다. 평소엔 시장에 절대 우리를 데리고 가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같이 가자고 하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영희는 “시장 입구에 리어카 목마가 있었는데, 엄마가 ‘여기 타고 있어. 금방 올게’라고 하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안 오셨다”고 말했다. 해가 질 때까지 목마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기다리던 그는 “허벅지가 저릴 만큼 무서웠고, 결국 모르는 아저씨가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밝혔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더욱 컸다. 김영희는 “집에서 밥 냄새가 났다. 그 순간 ‘아, 우리 엄마가 우릴 버렸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때 처음으로 ‘이분은 친모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장을 빨리 보고 돌아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 기억은 오랫동안 상처로 남았다. 김영희는 “그때는 자식보다 맛있는 게 더 중요한 엄마처럼 느껴졌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시간이 흐른 뒤 생각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어머니는 자기 삶을 지키며 사신 분이었다”며 “그래서 자식에게도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모든 걸 희생해야만 좋은 부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식들도 부모의 선택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몰라주는 희생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웃음으로 기억되던 김영희의 말 속에는, 한 아이가 느꼈던 외로움과 그 시간을 지나온 어른의 이해가 함께 담겨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