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SK프로축구팀이 부천시를 떠난 뒤 2007년 지금의 부천FC1995가 창단을 맞이했다. 그리고 2025년 부천은 최고의 한 해를 맞이한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부의 수원FC를 꺾고 이변을 만들며 창단 18년 만에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부천의 역사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당연 사령탑인 이영민 감독이다. 2021년 부천에 부임한 이영민 감독은 여유롭지 않은 구단 재정에도 어린 재능을 발굴하고, 탄탄한 조직력을 내세운 전술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2024시즌 리그 8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주춤했지만, 지난 시즌 팀의 최고 성적과 함께 최고의 결과까지 만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영민 감독은 K리그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도자지만,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이영민 감독은 MK스포츠와 함께 신인 선수 시절부터 부천의 승격을 이끈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비수였던 이영민 감독은 1996년 동아대를 졸업 후 드래프트 3라운드로 포항스틸러스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 명문팀 입단이라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포항은 최고의 멤버를 자랑했다. 공격에는 라데, 황선홍(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미드필더에는 박태하(현 포항 감독), 전경준(현 성남FC 감독), 크루니치, 수비에는 홍명보(현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안익수(전 안산그리너스 대표이사) 등이 활약했다. 신인 선수였던 이영민 감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였다.
“선수 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하고 꽤 좋은 지명 순위을 받아 포항에 갔다. 그때 포항은 너무나 화려한 멤버가 있었다. 모두가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포항에는 1999년까지 몸담았지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가장 부족한 시절이었다. 신인 시절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부딪혀 보지 못했던 게 가장 후회된다. 감독이 된 지금 우리 선수들한테 그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
이영민 감독이 실질적으로 포항에 있던 시간은 1년뿐이다. 기회를 받지 못해 1997년 경찰 축구단(군 복무)으로 향했다. 이후 1999년 돌아온 뒤에는 포항을 떠났고, 2000년 내셔널리그 고양 KB국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포항을 떠난 뒤 KB국민은행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에이전트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입단 테스트 공고가 나와서 지인들이 추천해줬다. 선수 생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테스트를 봤다. 다행히 KB국민은행에 입단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우승도 차지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포항에서 KB국민은행까지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으나 크고 작은 시련과 좌절을 맛보면서 꼭 한 번은 일어나 보자는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이영민 감독은 2006년 선수 은퇴 후 KB국민은행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2013년 KB국민은행이 해체하고, 새로 창단한 FC안양에 안착했다. 안양에서는 2015년 첫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이어 2016년에는 신인 감독으로 커리어 첫 프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영민 감독에게 신인 감독 시절도 쉽지 않았다. 1년 만에 안양을 떠나게 됐고, 2017년에는 이흥실(현 경남FC 대표이사) 감독의 안산그리너스에서 다시 코치 생활을 이어갔다. 2018년 또 한 번의 감독대행을 맡은 뒤 2019년에는 박태하 감독의 중국 U-19 여자 축구대표팀 코치로 합류했다. 2020년에는 울산HD의 유소년 디렉터로 활동해 잠시 행정가로 변신했다. 이후 다시 1년 만에 부천의 사령탑으로 부임해 두 번째 프로 감독 도전에 나섰다.
“코치,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너무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KB국민은행, 안양 시절에는 이우형(현 안양 단장) 감독님이 있었고, 안양이 창단한 뒤에는 유병훈(현 안양) 감독이 코치로 있었다. 두 사람과 6년 정도 함께하면서 즐거웠다. 안산에서는 이흥실 감독님을 만났고, 중국에서는 박태하 감독님과 함께했다. 이분들이 감독 이영민에게 많은 영향력을 준 사람들이다.”
“이우형 감독님은 정말 디테일한 지도자다. 팀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이끈다. 이흥실 감독님은 생각지도 못한 용병술과 선수단 매니지먼트가 남달랐다. 박태하 감독님은 전술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확고한 플랜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세 감독님을 모시면서 저만의 강점을 만들기 위해 많이 배웠다. 코치 생활을 10년 정도 했다. 만약 제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하는 지도자가 됐을 것이다.”
“저는 감독직을 맡은 뒤 다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이흥실 감독님이 감독까지 했는데 코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직위가 중요할 수 있지만, 축구계에서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내가 현장에서 더 일을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축구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길었던 코치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모든 일에는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 준비가 없다면, 자기가 실수를 해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좋은 분들을 만나면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됐던 것 같다.”
이영민 감독은 포항 신인 선수, KB국민은행 전성기 멤버를 거쳐 안양, 안산, 중국까지 거듭된 실패가 있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꼭 한 번 일어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지켜 나갔다. 이제는 부천의 1부 잔류를 목표로 또 한 번의 발걸음을 내딛을 예정이다.
“부천이 승격을 확정한 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분이 좋다. 부천이라는 팀이 어떤 팀인지 보여줄 기회인 것 같다. 함께 어려운 시간을 보내준 선수들이 돋보였으면 좋겠다. 지난 시즌에 선수들이 원정에서 지고 오더라도, 홈에서는 승리하기 위해 악착같이 뛰었다. 우리가 승격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 부천은 매 시즌이 끝나면 ‘부천이 이 정도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못했다는 말이 없더라. 2024시즌 8위에도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시즌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많이 되돌아봤다. 왜 부천과 나는 ‘이 정도’를 못 넘어설까?라는 생각. 그래서 선수들과 ‘이 정도’를 뛰어넘어 보자고 다짐했다. 1부에서 맞이한 첫 시즌에도 부천은 스스로를 넘고자 준비할 예정이다.”
승격팀 부천은 착실히 1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박현빈(수원삼성), 박창준(제주SK), 이주현(전북현대), 장시영(울산HD 임대복귀) 등 12명의 선수와 결별했다. 이후 베테랑 윤빛가람, 김종우, 여봉훈, 안태현을 비롯해 김상준, 신재원, 김민준, 김승빈, 등 11명의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지난 6일에는 태국 치앙마이로 향해 2026시즌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부천=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