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이 ‘신원호 사단’에 합류하게 된 소감부터,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언슬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걸렸던 시간 속에서 느꼈던 감정까지. ‘언슬전’을 하면서 느꼈던 모든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원호 사단’의 신작이자, 안방극장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던 ‘언슬전’이었지만,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사람들 앞에 서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 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낸 ‘언슬전’은 지난해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5월에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전공의들이 ‘장기 의료 파업’ 사태에 휘말리면서 편성 시기가 연기됐던 것. 최종 편성이 불발된 후 방영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언슬전’은 2025년 4월 첫 방송이 결정된 이후에도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현실은 여전히 의료 공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병원에서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는 마냥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지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언슬전’의 주연배우 고윤정은 모든 촬영을 끝내고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에 대해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하면서도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저희 엄마가 TV에서 저를 보는 걸 좋아하시는데, 작년은 TV에서 제 모습을 보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지난 1년 간 제가 나왔던 걸 돌려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언슬전’을 찍으면서 바로 차기작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약간 그 공백을 느낄 겨를도 없이 촬영만 했었거든요. 그래서 약간 ‘공백기가 길어져서 아쉽다’는 감정을 크게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인 거 같아요.”
고윤정은 ‘언슬전’을 통해 정식으로 신원호 사단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신원호 감독님께서 저 뿐 아니라 4인방 모두 딸과 아들처럼 엄청나게 잘 챙겨주셨다. 신원호 사단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웃어보였다.
“신원호 감독님의 연기력이요? 노코멘트하겠습니다.(웃음) 실제로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드라마 감독이어서 그런지 연기를 무척 잘하셨어요. ‘신원호가 연기하는 신원호’였는데도 그걸 옆에서 보는데 신기했어요.”
고윤정이 ‘신원호 사단’에 합류하면서 좋았던 또 다른 하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배우들의 연기를 코 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고윤정은 “눈 앞에서 드라마를 보는 거 같았다”고 당시의 감격을 고백했다.
“선배님들에게 저희는 까마득한 후배잖아요. 선배로서 후배 앞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체면을 부리거나 할 수도 있는데, 제가 본 선배님들은 전혀 그러시지 않으셨어요. 실수하셔도 ‘한 번만 다시 가겠다’고 빠르게 수용하시는가 하면 그러한 것들을 창피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정경호 선배님은 물론이고 김대명, 안은진 선배님도 그러셨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멋있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같이 있는데 배우로서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었다는 점이었어요. 대사도 하기 전이었는데 정말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었다니까요.”
‘언슬전’의 주인공으로서 극을 끌어 나갔던 고윤정은 영혼 없는 ‘아, 그렇구나.’를 달고 사는 시니컬하고 심드렁한 성격의 소유자 오이영의 성장을 연기,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면서 안방극장의 마음을 조금씩 공략해 나갔다. ‘의욕 없는 레지던트 오이영’과 ‘배우 고윤정’의 실제 싱크로율을 묻자 고윤정은 “극중 인물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다 극단적이었는데, 확실한 건 오이영처럼 하면 안 될 거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 역시 시작은 오이영이었던 거 같아요. 물론 오이영과 반대로 ‘일을 잘 해야지’와 같은 의욕은 있었지만,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의욕 자체가 크게 없었거든요. 그러다 사회에 나와서 사람들과 합을 맞추고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지금은 오이영과 고윤정이 섞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이전에는 제가 남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촬영을 시작할 때는 몰라도, 마지막이 올 때마다 아쉽고 그리워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진짜 정이 많이 들었구나’를 종종 생각하게 되거든요. 지금의 고윤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 좋아하는 오이영이 썩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언슬전’은 1년 차 전공의들의 모습을 통해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렵기만 한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 초년생’ 오이영을 연기하면서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이 났느냐는 물음에 고윤정은 “저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질문을 안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질문이라는 것도 아는 게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아는 게 없으니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없을 수밖에요. 그리고 내가 이걸 물어도 되는 건가, 괜히 물어봤다가 혼나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잖아요. 현장에 있는 모두 다 하늘 같은 선생님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그래서 데뷔 초반에 질문을 유독 잘 못했던 거 같아요. 물었다가는 ‘이것도 몰라?’라는 질문이 돌아올까 봐 겁도 났었죠. 지금은 질문도 많이 하고, 의견도 내고 그에 관한 생각을 물어보고 하는데, 그때는 약간 저에 대해 실망할까 봐 말을 잘 못했어요. 물론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안 하겠지만, 그 실망감을 드리는 것이 싫더라고요. 저는 질문이 그렇게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래 배우와 촬영하고, 선배님과 촬영하고, 사람들과 잘 지낼수록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던 거 같아요. 저 나름의 사회생활을 한 거죠.”
극중 이영이를 공감하기보다는 납득하고 이해하고자 했다고 말한 고윤정. 언니가 있었던 이영이와 달리, 실제로 남동생을 둔 누나로서, ‘언슬전’에 대한 가족, 특히 ‘현실남매’로 불리는 남동생의 반응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언슬전’과 관련해서 어떠한 피드백도 듣지 못했어요. 그냥 ‘언슬전’의 시청률이 나오는 일요일과 월요일 아침마다 시청률 캡처해서 보내기만 하더라고요. 그래도 ‘언슬전’이 처음보다 시청률이 조금씩 올랐잖아요. 시청률이 오르는 것에 대해 저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누나를 응원하고 있기는 하다보다’ 했죠. 말은 이렇게 해도 남동생과 나름 친한 거 같다. 서로 고민 상담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걸 보면요.”
‘언슬전’을 무사히 마친 고윤정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3가 방송될 경우 ‘특별출연’ 제안이 오면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는 말에 고윤정은 단번에 “제가 시켜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라고 의욕을 보였다.
“만약에 나간다면 무엇으로 나갈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이영이 ‘언슬전’ 마지막 엔딩에서 2년 차가 됐다고 하는데, 그 모습 그대로 나갈지, 아니면 그로부터 조금 더 지나고 갈지, 아니면 잘 참고 견뎌서 교수가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의 입버릇처럼 병원을 때려 치웠을 수도 있는데,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이영이가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어떤 모습이든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출연 뿐 아니라 ‘언슬전’이 시즌2가 나온다면 나올 생각이 있느냐는 말에 “저는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년 차 전공의는 1년 차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데, 저희 드라마 제목이 ‘언젠가는’이 붙잖아요. 시즌2가 나오면 사람들이 ‘쟤네는 아직도 슬기로워지지 않은 거냐’고 할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저희가 1년 차를 도와주는 2년 차의 태도를 보여줄 거 같기도 하고…지금으로서 마음이 반반인 것이 모두 빨리 슬기로워졌으면 하면서도, 천천히 슬기로워지고 싶은 마음도 함께 공존하고 있어요.”
‘언슬전’을 훌륭하게 마친 고윤정은 이제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한 다음 스텝들을 밟아 나갈 전망이다. ‘언슬전’을 촬영했던 2024년 뿐 아니라 2025년 한 해도 바쁘게 달리고 있는 고윤정. 그런 고윤정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 고윤정’의 매력에 대해 묻자 “아직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바라는 건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시청자들이든 관객이든 보는 사람이 이해가 되려면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거 같아요. 저는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좋아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