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만 놓고 보면 최고의 출발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 뿐이다. 지난해 출범한 홍명보호 이야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만-요르단으로 이어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8차전에서 월드컵 진출 조기 확정에 노렸다. 2승이 필요했지만, 이번 홈 2연전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쉬움만 남겼다. 경기력 또한 고민만 남겼다. 불량한 경기장 상태 등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선수들의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등 해결책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며 비판의 목소리만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무패와 함께 조 선두임은 변함없다. 홍명보 감독과 주장 손흥민은 여전히 조 1위라는 사실을 짚으며 분위기가 처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6월 열리는 9~10차전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가져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기에 경쟁팀 이라크까지 홍명보호를 도와줬다. 26일(한국시간) 이라크는 팔레스타인에게 1-2 역전패를 당했다. 이라크는 한국-요르단전이 무승부에 그치며 선두 경쟁에 한 발 더 내밀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패했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는 요르단전 무승부로 얻은 승점 1로 이라크와의 격차를 벌리게 된 셈. 6월 이라크와 9차전 일정에서 승리한다면 북중미행을 1경기 남겨두고 확정한다.
지난해 7월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기존 울산HD를 이끌고 있던 상황에서 공석이었던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이전까지 대표팀 감독 자리에 확고한 거부 의사를 보였지만, 최종 면접 후 이를 수락했다.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국가대표팀 감독직으로 돌아왔다. 당시 소방수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치렀으나 실패로 끝났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홍명보호 2기’를 보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 현재까지 4승 4무다. 무패를 기록하며 3차 예선을 소화 중이지만, 실상 그 내용은 아쉬움이 크다. 지난 8경기 동안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력적인 부분에서 기복이 크다. 해외파 선수들의 장거리 이동, 원정 경기 경우 선수단의 현지 적응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일관된 경기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수비력 불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는 2경기 팔레스타인과 1차전(0-0), 요르단(2-0)과 3차전뿐이다. 무실점 승리 경기는 요르단전 한 경기다. 대체로 선제골을 넣은 후 실점이 이어지고 있다. 6차전 팔레스타인 원정 경기만 선제골 허용 후 동점골을 넣었다.
홍명보호의 가장 큰 고민은 홈 성적이다. 8경기 중 원정 경기에서 3승 1무, 홈 경기에서 1승 3무를 기록 중이다.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오만 등 중동국가와 같은 조에 편성되며 원정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컸다. 과거부터 중동국가들은 홈에서 역습을 통해 득점에 성공한 뒤 일명 ‘침대 축구’로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홍명보호의 최대 분수령이었지만 현재까지 원정에서 선전하며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문제는 홈경기. 집 밖에서는 강했으나, 집 안에서는 오히려 약한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홍명보 감독은 지난 25일 요르단전 이후 “홈경기가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무언가 선수들이 홈에서 부담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홈경기 분위기로 선수들이 집중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조금 있다는 느낌이다.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홈에서 열리는 A매치에 표현할 수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은 “잘 모르겠다. 경기 후 선수들과도 홈 승점이 부족한 부분을 대화했다. 선수들이 미안함이 크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 남은 2경기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겠다”라고 말했으며, 파트너인 박용우 또한 “명확하게 잘 모르겠다. 무언가 선수들이 홈에서 더 압박을 받는 듯하다”라고 진단했다.
결과와 별개로 아직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홍명보호다.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여유는 없다. 아시아 무대 내 한국축구의 위치를 고려하면 월드컵 진출을 실패할 확률이 더 적다. 기존 32개 참가국 시절 아시아 티켓에 주어지는 4.5장을 10회 연속이나 따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현재 아시아 대륙에는 8.5장이 주어진다. 보완과 수정 없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취임 기자회견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 “한국 대표팀이 원정 대회에서 최고 성적이 16강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수원=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