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이정효 감독 퇴장 이유 답변 거부···‘규정으로 소통 봉쇄’ K리그 심판은 ‘최고존엄’인가요 [이근승의 믹스트존]

3월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광주 FC의 경기. 후반 추가 시간이었다. 주심이 경기를 갑자기 중단시켰다. 주심은 대기심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광주 이정효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취재진과 구단 관계자들은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중계 화면에도 이정효 감독이 어떤 행위로 퇴장을 당했는지 나오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현장 중계한 강성주 해설위원은 방송에서 “이정효 감독이 물병을 바닥에 던졌다”고 설명했다. 관련된 장면은 이후에도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 관계자들에게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었다. “이정효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물병을 걷어찬 것으로 안다”고만 전해 들었다. 자세한 설명은 듣기 어려웠다.

이정효 감독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정효 감독이 퇴장당한 이유를 아는 이는 이날 심판진뿐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이정효 감독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정효 감독이 퇴장당한 이유를 아는 이는 이날 심판진뿐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3월 29일 대전하나시티즌 원정을 앞두고 방송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3월 29일 대전하나시티즌 원정을 앞두고 방송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3월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광주 FC의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주장, 심판진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방기열 부심(사진 맨 왼쪽부터), 광주 김진호, 최현재 대기심, 송민석 주심, 대전 이창근, 설귀선 부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3월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광주 FC의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주장, 심판진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방기열 부심(사진 맨 왼쪽부터), 광주 김진호, 최현재 대기심, 송민석 주심, 대전 이창근, 설귀선 부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정효 감독을 대신해 경기 후 기자회견장을 찾은 광주 마철준 수석코치는 말을 아꼈다.

마철준 수석코치는 “경기 중 일어난 일이라서... 이 부분에 관해선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광주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광주 관계자는 “우리가 판정과 관련해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주세종도 “같은 팀원으로서 조금 아쉬웠다”며 “그렇게밖에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광주의 모든 구성원이 이정효 감독의 퇴장 상황과 관련해 말을 아낀 데는 이유가 있다.

K리그는 심판 판정에 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걸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를 어길 시엔 징계를 내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규정 제6장 상벌 유형별 징계 기준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엔 위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취재진은 이날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심판진을 기다렸다. 주심에게 이정효 감독이 퇴장당한 이유를 물어보고자 했다.

주심은 멀찌감치 떨어져 퇴근하려고 했다. 취채진이 규정상 다가갈 수 없는 구역이었다. 대전 관계자에게 “‘주심에게 가서 이정효 감독의 퇴장 이유를 묻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심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주심은 대전 관계자를 통해 “우린 인터뷰할 수 없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 심판 규정 제20조 ‘심판의 의무’ 제4항엔 이렇게 나와 있다.

주심은 KFA의 승인 없인 판정과 관련된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없다. 이게 ‘의무’다.

K리그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과 달리 경기 중 논란이 될만한 판정 시 그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는 비디오판독 장면을 전광판으로 틀어준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구성원이 해당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한국 프로야구는 비디오판독 장면을 전광판으로 틀어준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구성원이 해당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한국 남자 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구성원은 비디오판독 중인 장면을 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KBL
한국 남자 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구성원은 비디오판독 중인 장면을 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KBL
한국 남자 프로농구는 비디오판독 후 해당 판정이 왜 이렇게 이루어졌는지 경기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에게 설명한다. 사진=KBL
한국 남자 프로농구는 비디오판독 후 해당 판정이 왜 이렇게 이루어졌는지 경기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에게 설명한다. 사진=KBL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에서도 판정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 시스템(VAR)을 활용할 땐 경기장을 찾아준 팬과 함께 문제의 장면을 돌려본다. 판정 후엔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 설명한다.

K리그는 아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설명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현장에선 판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도 들을 방법이 없다. 규정으로 들을 수 없게 만들어놨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정효 감독이 물병을 걷어차서 퇴장당했다면 더더욱 설명이 필요했다.

KFA 경기규칙 제12조 파울과 불법행위 ‘경고’엔 위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팀 구성원이 음료수 병 등을 걷어차는 행위는 ‘경고성 반칙’이라고 규정해 놓았다. 그런데 이날 이정효 감독은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정효 감독이 이에 앞서 경고를 받았던 것도 아니었다.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판정은 이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 시즌 매 라운드 반복되고 있다.

“판정의 일관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매 시즌 매 라운드마다 듣는다. 다만, 심판 판정과 관련해선 어떠한 부정적인 언급도 할 수 없게 강제해 놓아서 말을 아낄 뿐이다.

K리그엔 경기 전 양 팀 출전 선수 명단이 아니라 ‘주심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하는 이가 상당수다.

한국 축구계 심판들은 항상 억울함을 호소한다. 나름대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존중받지 못하고, 비판만 받는다는 게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주장의 공통된 요지는 ‘우리의 사정을 알아달라’는 거다.

광주 FC 조성권은 3월 22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상대 선수와의 경합 중 머리를 크게 다쳤다. 조성권은 이날 정신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조성권은 선수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한 반칙을 당했지만, 이날 퇴장자는 없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FC 조성권은 3월 22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상대 선수와의 경합 중 머리를 크게 다쳤다. 조성권은 이날 정신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조성권은 선수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한 반칙을 당했지만, 이날 퇴장자는 없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면,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해줘야 하는 게 상식이다.

K리그의 수많은 구성원이 판정 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한 경기를 위해 일주일 이상 흘린 땀과 노력이 알 수 없는 판정 하나로 물거품 되는 일이 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리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지만, 의아한 판정에 관해선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다.

프로축구가 존재하는 이유가 팬들이라면,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규정이 소통을 가로막는다면, 바꿔야 정상이다.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처럼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설명하는 게 싫다면,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이나 믹스트존을 통해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된다.

판정이 왜 그렇게 내려졌는지 설명만 해주면 된다.

여러 축구계 관계자가 이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불통으로 심판을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 감독, 선수, 팬 등 K리그 모든 구성원이 ‘판정도 경기 일부’라고 되뇌고 또 되뇌지만, 커지는 건 심판을 향한 불신뿐이다.

한국 축구계가 대단한 착각에 빠진 게 있다. 존중을 강요하고, 강제할 수 있는 시대는 한참 전에 지났다.

한 라운드가 끝나면 KFA 심판위원회는 분석소위원회를 열어 판정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을 낸다. 이후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 통보한다. 오심을 인정한다고 한들 경기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다.

존중과 소통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시대다.

[대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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