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같은 시기, 그러나 선택의 결은 달랐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시간을 함께 상징해온 두 이름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12일, 보아는 25년간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같은 시기, 태연은 SM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이라는 구도는 단순하지만, 그 배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보아의 이별은 조용했지만 상징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두 장의 사진을 올리며 직접 이별을 알렸다. 사진 속 보아는 자신의 이름 철자인 ‘B·O·A’ 조형물 위에 앉아 있다. 조형물 곳곳에는 ‘THANK YOU’와 ‘반품’이라는 단어가 반복돼 있었다. 축하나 헌사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주고받은 모든 것을 정리하는 장면에 가까웠다.
보아는 긴 설명 대신 짧은 문장을 남겼다. “아낌없이 주고받은 만큼, 미련 없이 떠난다.” 감사는 분명했지만, 여운은 남기지 않았다. 이별을 감정으로 설명하기보다, 스스로 정산하는 방식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보아는 2000년, 만 13세의 나이로 SM에서 데뷔했다. 이후 일본 시장을 개척하며 K-팝 해외 진출의 길을 열었고, SM의 연습생 시스템과 글로벌 전략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해왔다. 2014년에는 비등기 이사로 선임되며 회사의 얼굴을 넘어 구조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그런 보아의 퇴장은 한 시대의 종료처럼 읽힌다.
반면 태연은 남았다. SM은 최근 태연과 재계약 소식을 전하며 “오랜 신뢰와 유대감을 바탕으로 다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태연은 그룹 활동과 솔로 커리어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어온 드문 사례다. 데뷔 19년 차에도 음원·콘서트·팬덤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태연의 선택은 안정이자 확장이다. 이미 완성된 커리어를 기반으로,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에 가깝다. 반대로 보아의 선택은 다음 단계다. 더 이상 ‘상징’으로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만든 서사의 다음 장으로 이동하겠다는 신호다.
같은 회사, 같은 시기, 그러나 다른 방향. 태연은 현재를 이어가고, 보아는 시간을 정리했다. SM이라는 이름 아래 있었지만, 두 사람의 위치와 역할은 이미 오래전부터 달라져 있었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갈린다. 태연이 SM 안에서 어떤 현재를 더 쌓아갈지, 그리고 보아가 SM 밖에서 어떤 새로운 구조를 만들지. 남음과 떠남은 대립이 아니다. 각자의 시간에 맞는 선택일 뿐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