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엽이 만든 메기 효과, 고여있던 롯데 바꾸고 있다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바다에서 잡아 올린 청어를 산 채로 항구까지 실어 오려면 천적인 메기를 넣어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성격이 급해 쉽게 죽는 청어들이 메기에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쉴새 없이 움직이느라 항구까지 살아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롯데엔 메기가 한 마리 있다. 활동 반경이 넓어 여러 곳을 오가고 있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엔 '경쟁'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롯데 신인 나승엽(19) 이야기다.
롯데 자이언츠 루키 야수 나승엽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 사직)=천정환 기자
나승엽은 원래 3루수였다. 그러나 롯데 3루엔 한동희가 버티고 있다. 한동희 역시 롯데가 공을 들여 키워오고 있는 유망주. 쉽게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



때문에 나승엽은 외야 전향도 함께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3루 경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한동희도 아직 완성형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한동희가 흔들리면 그 자리는 나승엽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한동희도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닌 이유다.

한동희는 지난해 타율 0.278 17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아직 3할을 쳐 본적도 없고 20홈런 이상을 치지도 못했다. 100타점에는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다.

나승엽의 등장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희가 공 들여 키워볼만한 재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기회는 다른 선수에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 나승엽의 존재감이 다시 한 번 주목되는 이유다.

나승엽은 이미 고졸 루키 답지 않은 실력을 인정 받은 선수다. 허문회 감독도 "신인이지만 급이 다른 선수다. 수비 능력은 연습 경기나 시범 경기서 파악을 해봐야 겠지만 타격 능력은 확실히 남다르다"고 극찬한 바 있다.

나승엽 효과는 비단 한동희의 각성만을 불러오고 있지 않다. 그가 옮기는 자리마다 경쟁이 생긴다.

나승엽은 일단 좌익수와 중견수로 훈련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전 포지션에 대한 무한 경쟁을 선언한 상황.

롯데 좌익수엔 전준우가 있지만 나승엽이 좌익수 훈련을 멈추지 않는 한 경쟁의 테두리 안에서 싸워 이겨야 한다.

전준우는 지난해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했다. 0.279에 그쳤다. 26개의 홈런과 96타점으로 팀을 이끌기는 했지만 떨어진 정확성은 낮은 출루율(0.342)로 이어졌다.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닌 셈이다.

중견수는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는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김재유 추재현 강로한의 경쟁에 신용수가 뛰어 들었다. 여기에 나승엽이라는 복병이 자리잡고 있다. 나승엽은 그렇지 않아도 치열한 롯데 중견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승엽이 옮겨다닐 때 마다 해당 포지션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어지간해선 라인업에 손을 대지 않았던 허문회 감독이다. 하지만 이젠 변화를 선언했다. "가장 잘 하는 선수를 나이와 상관 없이 해당 포지션에 쓰겠다"고 했다.

베테랑들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가겠지만 반대로 자리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나승엽 같은 훌륭한 메기 자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선언이었다.

과연 나승엽이 만든 메기 효과는 롯데를 보다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건강한 경쟁이라는 모든 팀들의 이상적 흐름이 현재 롯데에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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