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라는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지친 안양 KGC는 이대로 4전 전패 수모를 겪는 듯했다. 그러나 한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치 「슬램덩크」의 정대만처럼 말이다.
KGC는 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SK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81-73으로 승리, 2패 뒤 1승을 챙기며 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KGC의 반격은 힘겨워 보였다. 4강 플레이오프의 영웅 변준형과 오세근은 지쳐 보였고 오마리 스펠맨은 복귀 후 과거의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KBL 최고의 수비수 문성곤마저 엄지발가락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로 인해 1, 2차전 결과는 패배였다.
KGC 전성현(31)은 6일 SK와의 챔프전 3차전에서 3점슛 성공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전성현(31)은 계속된 패배에도 꾸준히 기량을 발휘했다. 최원혁, 오재현 등을 앞세운 SK의 집요한 밀착 수비에도 1차전 35분43초(23점/3점슛 5개), 2차전 32분04초(16점/3점슛 4개)를 출전, 제 몫을 다해냈다. 3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3분46초 출전, 3점슛 5개를 성공시키는 등 18점을 기록했다.
전성현은 “홈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양)희종이 형이 경기 전에 ‘지더라도 절대 쉽게 지지 말자. 반드시 팬들을 위해서 이기자’고 한 것이 힘이 됐다. 3차전을 이기면 4차전에 (문)성곤이가 돌아오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 하나만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홍삼을 즐겨 먹는 등 체력 관리에 충실한 전성현이지만 6강부터 4강, 그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당하는 만큼 힘들 수밖에 없었다. 전성현 역시 “솔직히 정말 힘들다(웃음). 농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SK전은 특히 더 힘들다. 조금만 쉬는 순간 저 멀리 달리고 있어서 한순간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KGC가 1, 2차전을 패한 순간 현장을 지켜보던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패한 팀이 우승한 건 16.7%(2/12)에 불과하다. 정말 드라마틱한 반전이 없다면 대부분 무너졌음을 알리는 결과다. 승부사 김승기 감독과 ‘우승 DNA’가 있는 KGC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럼에도 전성현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3점슛을 성공할 때마다 팬들이 모두 일어나서 환호하는 걸 봤다. 너무 감사하고 짜릿했다. 솔직히 안 들어갈 때는 탄식이 크게 들려서 조금 부담 아닌 부담이 되기도 했다(웃음)”며 “사실 1, 2차전 때 잠실까지 온 우리 팬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에 정말 죄송했다. 그래서 3차전은 더 이 악물고 뛰려고 노력했다. 정말 감사하다. 내가 3점슛을 던질 때마다 이미 들어간 것처럼 일어서서 기대하는 모습에 큰 힘을 받는다.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슬램덩크」의 정대만은 온몸에 힘이 없는 상황에도 멋진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성현도 마찬가지다. 거친 수비를 뚫고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결정적인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정대만의 3점슛은 결국 팀의 승리로 이어지는 결정타가 됐다. 전성현의 3점슛도 같은 그림을 그리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