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피날레. 배구여제 김연경을 보내야 할 시간이다. 김연경은 마지막까지 화려했다. MVP 영광을 안은 채 떠난다.

김연경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를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김연경은 과거 2005-06, 2006-07, 2007-08과 2020-21 그리고 2022-23, 2023-24에 이어 이번 시즌까지 3연속 MVP 선정과 함께 통산 7번째 V-리그 MVP를 안게 됐다.

역대 세 번째 만장일치 MVP다. 김연경은 총 31표 모두 얻으며 최정상 자리에서 코트를 떠나게 됐다. 데뷔 시즌 MVP에 이어 은퇴 시즌까지 MVP를 차지하는 순간을 맞았다.

김연경은 “은퇴가 실감 나지 않는다.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은퇴가 실감 날 것 같다. 제가 원하는 엔딩이라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 다음은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MVP 김연경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 제2의 인생 여전히 고민 중인지.

흥국생명에서 어드바이저 역할을 제안했다. 배구계에 계속 있으면서 흥국생명과 함께할 수 있다. 여러 행사에 참여할 것 같다. 그 외 KYK재단을 통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찾아야 할 시간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김연경 같은 선수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제2의 김연경이 나올 수 있는지.

저와 같은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더 훌륭한 선수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려움이 클 것 같다. 유소년 풀 자체도 좁고,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유소년이 결국 튼튼해야 제2의 김연경이 나올 것이다. 그래야 잘 배우고 잘 올라올 수 있다. 유소년 풀을 늘리고, 시스템을 안착해야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 과거 지도자에 대한 관심을 보였는데.

지도자 관심은 늘 컸다.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그러나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가 되는 법은 없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심스럽다. 그래도 현장에서 느끼는 희열감을 생각하면,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장 밖의 일도 또한 여러방면으로 고려하고 있다.

- 다른 종목에도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다. 모두 다방면으로 진출했는데, 롤모델이 있는지.

다들 너무 잘하고 계셔서 꼽기 힘들다. 저는 조화롭게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방송을 통해 배구를 알리고 싶고, 편안한 행정가, 치열한 현장의 지도자 등 욕심이 많다. 일단 쉬면서 생각하면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후 재차 말씀드리겠다.

- 해피 엔딩이지만, 시즌 도중 위기가 많았다. 가장 아찔했던 위기는 언제인가.

참 많은 위기가 있었다. 매 시즌 힘들지만, 올해도 그랬다. KOVO컵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 용병 교체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잘 해온 것 같다. 잘 극복하면서 끝까지 올 수 있었다. 올 시즌 우승 못 했으면, 안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4번의 결승을 갔고, 모두 다 다른 팀과 헀다. 모두 다른 팀에게 우승을 내줘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만약 우승을 못하고 은퇴하는 모습을 상상했는지.

그동안 은퇴를 많이 고민했었다. 작년도 마찬가지고, 결과적으로 시기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조언하시면서 1년 더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 흥국생명에서 데뷔하고, 은퇴한다. 김연경에게 흥국생명이란 어떤 팀인가.

흥국이랑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해외에 보낸 구단이자, 막은 구단이다. 서로 관계가 좋다가 나쁘다가도 연속이었다. 헤어질 듯 안 헤어질 듯 그랬다. 미운 정이 무섭다. 그렇게 계속 있었다. 그리고 또 고운 정이 생기면서 남게 됐다. 돌이키면 고마운 구단이다. 세상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많은 부분 이해한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좋은 엔딩만 기억하길 바란다.

- 흥국생명에서 어드바이저 역할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아직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 아마도 팀의 영입이나 외국인 선수 등 여러 조언을 구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배구계를 떠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것 같다. 트라이아웃까지 같이 갈 것 같다. 어쩌다 일이 커졌다.

- 김연경이 없는 V리그다. 흥행 우려가 뒤따르지 않는지.

걱정된다. 갑자기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관심도가 떨어질 것 같다. 리그 시스템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금 더 이벤트적인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를 늘린다거나, 다른 요소들을 추가하는 방법들이다. 많은 분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 무대 성적이 중요할 것 같다. LA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바라봐야 한다. 그다음 올림픽까지도 준비하고 내다봐야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준비했으면 좋겠다. 향후 계획들을 착실하게 대비해야 할 것 같다.

- 김연경의 배구 인생에서 프로든, 국제대회든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번의 올림픽을 나갔다. 올림픽은 나가 본 사람만 안다. 현장의 분위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모이는 축제다. 그곳에 제가 가서 경기를 했다는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다음은 첫 해외 진출 당시가 생각나고, 마지막은 우승으로 은퇴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흥국생명에 일본 레전드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이 온다. 어떤가.

과거 일본 무대에서 뛸 때 선수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요시하라는 국가대표를 은퇴했다. 잘 모르던 선수였는데, 동료들에게 들어보니 레전드라고 하더라. 그리고 JT마블러스(김연경의 친정팀) 감독이 되면서 재회했다. 흥국생명에서 함께 교류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개인 연습을 위해 일본으로 갔을 때도 잘 챙겨주셨다. 좋은 인연이다.

- 계속해서 휴식을 강조했다. 어떻게 쉬고 싶은가.

시즌 끝나고 선수들과 회식도 하고, 개인 일정이 있어서 행사도 다녀오고 그랬더니 오히려 몸살이 났다. 주말에 집콕하고 시상식에 좋은 컨디션으로 오기 위해 관리했다. 오늘 저녁에는 선수단과 또 회식한다. 마무리하는 자리다.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홍은동=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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