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인 2026년이 밝았다. 이 기사를 읽는 이들 모두 “적토마처럼 힘차게 달리는” 한 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하겠다.
2026년에도 많은 스포츠 행사가 준비돼 있다. 메이저리그도 다시 찾아온다. 이번 시즌도 6개월의 시즌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또다시 숨 가쁘게 달릴 한 해를 앞두고, 몇 가지 “과감한 예상”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전에 먼저,
2026년을 예측하기에 앞서, 2025년 예측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난해 본 기자는 “사사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팀과 계약한다” “김하성은 결국 시장에서 보상받는다” “이치로는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이정후는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른다” “게레로 주니어는 ‘FA로이드’를 제대로 맞고, 토론토와 재계약한다” “고우석과 최현일은 빅리그에 데뷔한다” “오타니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등의 예상을 내놨다.
결과는 처참했다. 오타니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게레로는 토론토와 14년 5억 달러의 계약을 맺었지만, 나머지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사사키 로키는 모두가 예상했던 LA다저스와 계약했고 김하성은 시장에 다시 나왔으나 1년 계약에 만족해야 했다. 스즈키 이치로는 만장일치에 실패했고 이정후는 골드글러브 후보가 아니라 최악의 중견수가 됐다. 고우석과 최현일은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말 그대로 ‘과감한 예상’이기에, 여기에 적은 예상들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마도 일어나지 않거나 반대로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다. ‘예측’보다는 ‘바람’에 더 가까운 기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네버 세이 네버”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떤 일이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최악의 중견수였다. DRS(Defensive Runs Saved) -18, OAA(Out Above Average) -5 기록하며 중견수 중 가장 나쁜 성적 기록했다. 일명 ‘무릎과 무릎 사이’ 캐치를 비롯, 몇 차례 좋은 호수비를 보여줬으나 우중간 외야가 넓고 바닷바람이 심한 홈구장 오라클파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라클파크는 중견수 수비가 어려운 구장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수비 내용이 처참했던 것은 아니다. ‘던지는 것’은 잘했다. 보살 7개를 기록했고, 송구 구속을 나타내는 암 스트렝스(Arm Strenth)도 91.4마일로 리그 백분위 91%에 올랐다.
이전보다 더 좁은 수비 범위 안에서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더 나은 수비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익수로 포지션 변경은 해볼 만한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외야 전력 보강의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데 만약 뜬소문 대로 코디 벨린저나 해리슨 베이더를 영입할 수 있다면, 이정후는 수비에서 보다 부담을 덜어내고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익수 골드글러브 후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LA다저스에서 첫 시즌을 보낸 김혜성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만만치 않은 현실을 체감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제대로 기회도 얻지 못하고 트리플A로 내려갔고 후반기에도 부상 복귀 이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벤치로 밀려났다. 토미 에드먼, 맥스 먼시 등 주전들이 다쳤을 때 그 빈자리를 잘 대체해줬지만 이상의 역할은 얻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다저스가 그에게 가진 기대치는 딱 거기까지였다. 2026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 부상이 전염병처럼 퍼지지 않는 이상 크게 달라질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쩌면 그에게는 다저스를 떠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저스는 언제든 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팀에서 그에게 기회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그가 (어느 레벨이 됐든) 주어진 기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1년 2000만 달러 계약에 재계약한 김하성은 2026시즌을 애틀란타의 주전 유격수로 시작한다. 지난 시즌이 회복 후 경기 감각을 되찾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애틀란타에서 보낸 한 달의 시간 동안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그는 브레이브스 클럽하우스에 상당히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절친’ 주릭슨 프로파를 비롯해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 오지 알비스 등 팀의 주축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샌디에이고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앞서 알렉스 앤소폴로스 단장은 “장기적으로 더 오랫동안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김하성과 1년 계약 이상의 시간을 함께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했었다. 만약 김하성이 2026시즌 건강함을 증명한다면, 그 말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송성문은 앞서 강정호, 김하성 등이 그랬던 것처럼 시즌 초반에는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내야 네 자리 다 주인이 있는 상태이기에 그가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 대한 적응까지 거친다면 초반에는 조금 힘든 시간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1루와 2루, 3루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은 어느 자리에 안착하게 될 것인데 2루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샌디에이고가 루머대로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로 정리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지난 2015시즌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절망스러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고 홈구장 PNC파크에는 ‘구단을 팔아라(Sell the Team)’라는 구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찾아왔으니 바로 202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우완 폴 스킨스다. 스킨스는 2024년 빅리그 데뷔, 그해 올해의 신인, 2025년에는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기대만큼 성장해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의 호투를 낭비하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벤 체링턴 단장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올스타에 출전한 브랜든 라우, 라이언 오헌 등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정상급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코너 그리핀까지 합류하면, 이들은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연패를 차지한 뉴욕 양키스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우승에 기여한 핵심 전력이 대부분 건재하다. 여기에 추가 전력 보강의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우승 전력이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부상이 변수가 될 수 있는데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이런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도 잘하는 팀임을 입증했다. 핵심 멤버들이 다년간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우승하는 법’을 깨달아가고 있는중이다. 2026년에도 다저스는 유력한 우승 후보로 언급될 것이다.
2026년은 메이저리그 노사 관계에서 중요한 한 해다. 지난 2022년 단체 공동교섭을 통해 합의한 노사 협약이 만료되는 시기이기 때문. 앞선 단체 공동교섭도 쉽지 않았다. 약속된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99일간의 대립을 거쳐 2022년 3월 뒤늦게 합의했다. 그 결과 어찌 됐든 162경기 시즌을 지켜냈다.
이번에는 더 ‘매운 맛’ 갈등이 예상된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샐러리캡 도입이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에 유일하게 샐러리캡이 없는 메이저리그는 이를 도입하려는 구단들과 이에 저항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필라델피아 필리스 선수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팀의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와 충돌하기도 했다.
양측이 협상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수렴한다. 그러나 다음 시즌 자체가 열리지 못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양측이 어쨌든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것이기 때문. 이번에도 결국 양측의 지루한 버티기 싸움 끝에 어정쩡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