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우완 홍건희는 올 시즌 65경기 6승 6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2.78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팀 내 주축 불펜투수들이 부상과 부진 속에 부침을 겪었던 가운데 홀로 처음부터 끝까지 필승조에서 중심을 잡았다.
홍건희는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에 구원등판해 3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6-4 승리를 견인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홍건희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회말 1사 만루의 실점 위기를 넘긴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팀이 3-2로 쫓긴 5회말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오재일을 병살타로 처리한 데 이어 6회말 1사 만루에서 삼성의 테이블 세터 박해민, 김지찬을 연이어 범타로 잡아냈다. 최고구속 151km를 찍은 위력적인 직구를 앞세워 빼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첫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보며 기준 좋게 10일 2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홍건희는 올해 리그 최정상급 불펜투수로 거듭났지만 선발투수의 꿈을 포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1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지난해 두산으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줄곧 선발투수로 자리 잡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해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스스로 불펜투수를 자청했다. 올 시즌에 앞서 코칭스태프의 선발 전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불펜투수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대성공이다.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적인 강속구를 팡팡 꽂아 넣으며 김태형 두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하고 있다.
홍건희는 “KIA에 있을 때는 선발투수를 고집했는데 많이 헤멨다”며 “두산에선 내가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고 내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불펜투수로 던지는 게) 잘 풀린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감독님, 코치님이 너는 150km를 던지는 투수인데 왜 스피드를 줄이냐고 좋은 구위로 정면승부하라고 조언해주셨다”며 “이런 말들을 듣고 필승조를 맡아 던지다 보니 자신감이 올라가고 더 잘 풀리는 것 같다. 몸도 좋아졌다”고 자신의 변화를 돌아봤다.
홍건희에게 가장 큰 변화는 마인드에 있다. 자신의 공을 믿기 시작했고 무조건 낮게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났다. 특유의 강속구를 바탕으로 한 하이 패스트볼 승부가 타자들에게 먹혀 들어가면서 스스로 구위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홍건희는 “트레이드 이후 필승조에서 던지면서 자신감이 올라가고 성장한 것 같다”며 “어릴 때 무조건 낮게 던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두산에 오고난 뒤 데이터 팀을 통해 내 직구 회전수와 힘이 좋다는 걸 들었고 하이 패스트볼이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변화구는 낮게 제구하려고 하지만 직구는 자신 있게 하이 패스트볼 승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수조장으로서 내가 후배들에게 뭘 챙겨주는지는 모르겠다”고 웃으면서도 “어린 투수들을 보면 내가 겪었던 힘든 시절이 떠오른다. 어떻게 이겨낼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말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며 불펜의 핵으로서 책임감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