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다’는 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글자였다. 굵은 조형물 위를 덮은 수많은 문구들, 그중 반복해서 새겨진 단어는 다름 아닌 ‘THANK YOU’와 ‘반품’이었다.
보아는 12일 자신의 SNS에 두 장의 사진을 올리며 25년간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와의 이별을 알렸다. 사진 속 보아는 자신의 이름 철자인 ‘B·O·A’가 새겨진 조형물 위에 앉아 있다. 미소는 있었지만, 감정에 기대기보다는 상황을 정리하는 쪽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조형물을 감싸고 있는 문구였다. ‘THANK YOU’와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한 ‘반품’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감사 인사 이상의 해석을 불러왔다. 선물이나 헌사가 아니라, 주고받은 모든 시간을 되돌려놓는 정리의 언어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감사는 남겼지만, 미련은 남기지 않겠다는 선택처럼 읽힌다.
보아 역시 글에서 감정을 길게 풀어내지 않았다. 그는 “아낌없이 주고받은 만큼, 미련 없이 떠난다”며 25년의 시간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함께한 회사에 대한 고마움은 분명히 남겼지만, 이후의 선택이나 아쉬움에 대해서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 이별을 설명하기보다는, 이별을 완료하는 선언에 가까웠다.
2000년 만 13세의 나이로 데뷔한 보아는 SM엔터테인먼트의 성장사와 궤를 함께해온 인물이다. 일본 시장을 포함한 해외 진출의 상징이었고, 이후에는 비등기 이사로 선임되며 아티스트를 넘어 회사의 얼굴로도 자리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마지막 장면이 ‘감사’보다 ‘정산’에 가까웠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사진 속 ‘B·O·A’ 조형물은 화려했지만, 장식적이지 않았다. 포장보다는 기록에 가깝고, 축하보다는 마침표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관계를 부정하지도, 감정에 매달리지도 않은 채 각자의 몫을 정확히 나눈 뒤 돌아서는 방식이었다.
보아는 향후 거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새로운 소속사를 택할지, 직접 회사를 설립할지 역시 미정이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다. 이번 이별은 도피도, 감상도 아니다.
‘반품 THANK YOU’라는 단어가 남긴 메시지는, 25년을 미화하지 않고 정확히 정리하겠다는 의지였다.
보아의 이별은 그렇게, 감사의 말보다 계산이 먼저였고 눈물보다 정리가 앞선 장면으로 남았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