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아줌마’라는 이름 뒤에 한 사람의 인생은 오래 남아 있었다. 불법 성형 부작용으로 얼굴이 크게 변형되며 대중에게 알려졌던 고(故) 한혜경. 그의 사망 7주기를 맞아 그동안 단편적으로 소비됐던 삶의 조각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8일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잃어버린 이름, 한혜경’을 주제로,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 뒤에 가려졌던 인간 한혜경의 시간을 따라간다.
한혜경의 얼굴이 처음 대중 앞에 공개된 것은 2004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였다. 당시 방송은 큰 충격과 함께 화제를 모았고, 그의 모습은 오랜 시간 자극적인 이미지로만 회자됐다. 그러나 그 이후의 삶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혜경은 2018년 11월 15일, 향년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고, 장례 역시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이름보다 별명이 더 오래 남은 삶이었다.
이번 ‘꼬꼬무’는 그 공백을 메운다. 단순한 사건 재현이 아닌, 왜 그는 반복적인 불법 성형에 집착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차분히 짚는다.
제작진에 따르면 한혜경은 원래도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가수가 되겠다는 꿈, 무대에 서야 한다는 강박은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불법 시술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결국 공업용 실리콘과 파라핀, 콩기름까지 얼굴에 직접 주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날 방송에는 당시 MC였던 박소현이 리스너로 참여해, 방송 이후에도 이어졌던 한혜경과의 인연을 전한다. 박소현은 “카메라 밖에서 만난 그는 늘 조심스럽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며 결국 눈물을 보인다.
리스너로 함께한 김희정 역시 “부작용이 아니라, 삶 자체가 너무 가혹해 보였다”며 말을 잇지 못한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는 한혜경의 언니 부부가 직접 등장해, 가족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의 삶을 처음으로 전한다. 일본에서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며 생계를 책임졌던 시간, 가난과 불안 속에서 선택했던 길, 그리고 끝내 지우지 못했던 노래에 대한 미련까지 담담히 꺼낸다.
한혜경은 수차례 재건 수술을 받으며 회복을 시도했고, 2008년 ‘세상에 이런 일이’ 500회 특집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외모는 되돌릴 수 없어도 마음은 다시 세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에도 후유증은 계속됐지만, 그는 끝까지 ‘노래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놓지 않았다.
‘사인 불명’이라는 단어보다 더 선명하게 남은 것은, 한 사람의 꿈과 후회, 그리고 끝내 불리지 못한 이름이다.
박찬형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