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도 故 안성기의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영결식에 참석한 그는 말없이 행렬에 합류해 고인을 배웅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에는 깊은 애도가 묻어났다.
현빈과 안성기의 인연은 사적인 기억에서도 이어진다. 현빈은 손예진과 지난 2022년 3월 31일 결혼식을 올렸는데, 당시 극소수의 지인만 초대한 비공개 예식에 안성기가 하객으로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은 결혼식장에서 현빈에게 앞날을 응원하는 덕담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크린 밖에서도 후배 배우들의 인생을 살피던 안성기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故 안성기의 장례 미사와 영화인 영결식이 진행됐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경건하게 치러졌고, 영화계 동료와 후배들이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 행렬의 앞에는 정우성과 이정재가 섰다. 정우성은 고인의 영정을 들었고, 이정재는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상주가 아님에도 빈소를 지키며 마지막까지 고인의 곁을 지켰다.
운구에는 설경구를 비롯해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현빈, 장동건, 정준호 등이 참여했다. 말없이 관을 멘 배우들의 발걸음은 한 시대를 이끈 선배를 향한 존경 그 자체였다.
추도사는 배창호 감독과 정우성이 맡았다. 배 감독은 오랜 동료로서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고, 정우성은 후배 배우로서 고인에게 배운 태도와 품격을 전했다. 성당 안은 길고 깊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1957년 아역으로 데뷔한 안성기는 약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 영화와 함께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투캅스’, ‘실미도’, ‘라디오 스타’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대의 얼굴을 남겼고, 아역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연기 인생 전 과정을 완주한 유일한 배우로 기록됐다.
혈액암 투병 중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끝까지 ‘영화인 안성기’로 살았다.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장례 절차는 이날 영결식을 끝으로 마무리됐고, 고인의 유해는 경기 양평 ‘별그리다’에 안치됐다.
한 배우의 마지막 길에 또 다른 배우들의 시간이 겹쳐졌다. 현빈이 기억한 결혼식의 덕담처럼, 안성기는 그렇게 후배들의 인생 곳곳에 남아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