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수였다”… 선풍기 아줌마, 콩기름 주사가 앗아간 ‘진짜 얼굴’

우리는 그녀를 기이한 외모의 ‘선풍기 아줌마’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2018년 세상을 떠난 故 한혜경 씨가 진짜 남기고 간 것은 망가진 얼굴이 아니라, 외모지상주의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 무너진 한 ‘인간의 존엄’이었다. 오늘 밤, 방송을 통해 그녀의 잃어버린 이름이 다시 호명된다.

8일 방송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잃어버린 이름, 한혜경’이라는 부제로, 우리가 ‘선풍기 아줌마’라는 낙인 뒤에 가둬두었던 한 여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명한다.

우리는 그녀를 기이한 외모의 ‘선풍기 아줌마’로만 기억한다. 사진=SBS 제공

‘괴물’이 아니라 ‘가수’였다… 잃어버린 이름 ‘한혜경’
한혜경.사진=채널A 제공

한 씨가 미디어에 등장할 때마다 따라붙었던 수식어는 ‘충격’, ‘경악’이었다. 하지만 성형 부작용이 시작되기 전,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촉망받는 가수였다.

일본 활동까지 하며 꿈을 키웠던 그녀는 사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보다는, ‘무대 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내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연예계는 실력보다 외모가 우선시되는 풍토가 만연했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아티스트였던 그녀에게 “얼굴이 조금만 더…”라는 주변의 무언의 압박은 견디기 힘든 폭력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성형 중독자가 아니라, 무대를 사랑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그 꿈을 지키려다 추락한 비운의 아티스트로 기억되어야 한다.

콩기름 주사보다 무서웠던 ‘사회의 방임’

그녀가 얼굴에 콩기름과 파라핀을 주입하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어디에 있었는가. 그녀가 환청에 시달리며 불법 시술을 감행할 때, 이를 제지하거나 심리적 치료를 권하는 시스템은 전무했다.

오히려 불법 시술 시장은 그녀의 불안을 먹이 삼아 비대해졌고, 방송은 그녀가 완전히 망가진 후에야 ‘구경거리’로 그녀를 소환했다. 그녀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그녀를 ‘환자’로 보고 보호하기보다, ‘기인’으로 취급하며 방임했다. 그녀의 비극은 개인의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의료 및 사회 시스템의 ‘직무 유기’가 빚어낸 참사다.

2026년의 한혜경들… ‘디지털 성형’에 갇힌 우리

한혜경 씨는 떠났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2026년 현재, 물리적인 콩기름 주사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보정 어플과 AI 필터라는 ‘디지털 주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화면 속 가공된 얼굴을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 착각하고, 현실의 얼굴을 혐오하는 ‘신종 신체이형장애’는 제2, 제3의 한혜경을 양산하고 있다. 그녀가 거울 속 환청과 싸웠다면, 지금의 우리는 스마트폰 액정 속 허상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한혜경 씨의 부풀어 오른 얼굴은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끝없는 욕망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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