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의 성지이자 천주교의 심장인 ‘명동성당’이 한국 영화계의 영원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품는다. 스크린의 전설 故 안성기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신의 품에서, 그리고 자신이 가장 아꼈던 후배들의 어깨 위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
오는 9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국민배우’ 故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거행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세례명 사도 요한)였던 고인을 위해 영화계는 화려한 스타의 방식 대신, 가장 경건하고 성스러운 이별을 택했다.
이번 영결식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마지막 길’을 호위하는 인물들 때문이다. 장례 기간 내내 상주를 자처했던 정우성, 이정재를 비롯해 이병헌, 박철민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톱스타들이 직접 운구를 맡는다.
이는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넘어선 상징적인 장면이 될 전망이다.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안성기 시대’의 주역이, 이제 그 유산을 물려받은 ‘포스트 안성기’ 세대의 어깨에 실려 떠나는 역사적인 ‘세대교체’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은 고인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고인은 이곳에서 교황이 집전한 미사의 독서자로 나서 차분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성경을 낭독한 바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연기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셨던 분”이라며 애도했다. 평생을 스캔들 하나 없이 수도자처럼 살아온 그의 마지막이 가장 거룩한 장소에서 치러진다는 점은 고인의 삶과 꼭 닮아있다.
미사 후 엄수될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영화적 동지였던 배창호 감독과, 아들 같은 후배 정우성이 나란히 추도사를 낭독한다. 배창호 감독이 고인과 함께했던 찬란한 한국 영화의 과거를 회상한다면, 정우성은 고인이 남긴 정신을 이어갈 미래를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인에게 문화예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하며 마지막 길을 예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영화의 대중적 도약과 산업적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공로를 기렸다.
한편, 고인은 지난 5일 혈액암 투병 끝에 향년 74세로 선종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은 경기 양평군 ‘별그리다’ 공원에 안장되어, 밤하늘의 진짜 별이 되어 우리를 비출 예정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