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수출 신화’의 산증인 메릴 켈리(36)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 벌써 한국을 떠난지 7년째지만, 한국팬들을 향해 손하트와 함께 한국어 인사를 남기고 친정팀 SSG랜더스의 개막전을 비록 첫 3이닝까지긴 했지만 직접 생중계로 챙겨봤다.
그런 그이기에 한국인 타자와 매치업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와 매치업이 기대됐지만, 두 선수의 부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정후가 건강할 때는 켈리가 다쳤고, 켈리가 돌아오자 이정후가 다친 상태였다.
2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캑터스리그 원정경기 등판을 마친 켈리에게 이에 관해 묻자 “아마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매치업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걸수도 있다”고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정후와 맞대결은 무산됐다. 등 부상으로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이정후는 이날 정상 훈련을 소화했지만,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켈리는 “듣기로는 등이 조금 안좋다고 하는데 지금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얼른 나아서 그가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정후의 쾌유를 기원했다.
지난 시즌 이정후가 뛰는 모습을 많이 지켜보지는 못했다고 밝힌 그는 “그도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서 맞대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2025시즌에는 맞대결이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62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메이저리그 선수에게 건강은 최우선 덕목이다. 지난 시즌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모든 선수들이 건강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 모든 선수들이 건강한 상태일 때 진정한 경쟁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진정한 메이저리그 팀의 경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두의 건강을 기원했다.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다면, 애리조나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이다.
“재밌을 거 같다”며 말을 이은 켈리는 “우리는 프로 선수다.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경쟁을 좋아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보다 더 나은 경쟁의 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상대 샌프란시스코가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동의했다. “상대는 정말 좋은 팀이다. 타선도 좋고, 투수진도 좋다. 벌랜더도 합류했고 로비 레이가 돌아왔으며 조던 힉스는 공이 지저분하다”며 간과해서는 안되는 상대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편, 켈리는 이날 등판에서 5이닝 3피안타 3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 기록했다. 4회 맷 채프먼, 패트릭 베일리,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에게 세 타자 연속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 아쉬웠다.
그는 “정말 좋았고, 고무적이었다. 이번 캠프 들어 가장 느낌이 좋았다. 몸의 컨디션이나 리듬, 공의 움직임이 지금까지 등판 중 가장 고무적이었다”며 투구 내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3연속 피홈런에 대해서는 “실투가 세 개 있었는데 상대가 모두 쳐서 넘겼다. 세 개 모두 슬라이더였는데 채프먼에게 맞은 것은 정말로 나쁜 슬라이더였다. 베일리에게 허용한 것은 커터처럼 들어갔어야하는데 가운데로 몰렸고 마지막 피홈런은 나쁜 공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아니었으면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상대는 좋은 빅리그 타자들이고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며 자평했다.
슬라이더와 관련해서는 “원하는 대로 던졌다. 오늘이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이었고, 최대한 실전처럼 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지점을 골라 많이 던졌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잭 갈렌, 그리고 새로 합류한 코빈 번즈와 함께 선발진을 이끌 예정인 그는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언론이나 팬들은 우리가 얼마나 좋을지에 대한 추측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정말로 중요한 경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며 시즌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