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홍명보 감독이 불안감을 지우고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확정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 일정을 치른다.
현재 홍명보호는 4승 3무(승점 15)로 선두에, 요르단은 3승 3무 1패(승점 12)로 2위에 놓여있다. 당초 홍명보호는 오만-요르단으로 이어지는 홈 2연전에서 연승을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에 도전했지만 지난 20일 오만전 1-1 무승부로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 사이 요르단이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요르단은 지난 21일(한국시간) 팔레스타인에게 3-1로 완승을 거뒀다. 동시간대 이라크가 쿠웨이트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3위에서 2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홍명보호의 최대 ‘난적’이 됐다.
홍명보호는 오만전 아쉬운 결과로 위기에 놓였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만약 패할 경우 무패 흐름이 깨지는 것은 물론, 조 선두 자리까지 내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이라크가 팔레스타인까지 꺾는다면 B조는 한국, 요르단, 이라크 세 팀이 승점 15로 1~3위에 물리게 된다. 남은 9~10차전 또한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직행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명보호는 이번 경기를 통해 지난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 참사’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 대표팀은 요르단과 역대 전적 8경기 4승 3무 1패로 앞서고 있으나, 지난해 2월 아시안컵 4강 무대에서 0-2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충격을 안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열린 3차 예선 3차전 원정에서 이재성, 오현규의 득점으로 2-0 완승을 거두며 제대로 설욕했지만, 중요한 길목에서 만난 만큼 부담스러운 상대가 됐다.
홍명보호의 ‘경계대상 1호’는 당연 무사 알타마리다. 알타마리는 아시안컵 당시 1골 1도움으로 대표팀에게 아픈 기억을 심어줬다. 직전 맞대결에서는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출전이 예상되고 있다. 직전 팔레스타인전 허벅지 부위 타박으로 인해 따로 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팀의 핵심 전력이다.
더욱이 직전 팔레스타인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며 예열을 마쳤다. ‘철기둥’ 김민재가 없는 상황 속 알타마리를 어떻게 막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홍명보 감독은 알타마리에 대해 “좋은 선수”라며 “위협적이다. 우리 선수단 모두 인식하고 있다”라며 대비했다.
알타마리 외에도 알 나이마트 또한 경계해야 한다. 알타마리가 발목 부상으로 지난해 일부 일정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팀의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알 나이마트는 알타마리와 함께 요르단의 핵심 공격수다. 이번 3차 예선에서 7경기 모두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핵심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부상 이탈이다.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등 주축 유럽파 선수들이 지난 오만전 무거운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보다 떨어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빡빡한 일정이 크다. 각 선수는 소속팀 일정 후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10시간이 넘는 이동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유럽파 선수들이 겪었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다행히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점차 회복된 듯한 모습이다. 홍명보 감독은 24일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첫 경기보다 더 나아진 모습이다. 기대하고 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아주 나아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명보 감독은 부상 이탈에 대한 걱정도 있다. 오만전 이후 이강인, 백승호, 정승현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소집해제 됐다. 오만전을 치르며 백승호는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고, 백승호를 대신해 투입한 이강인은 경기 막판 상대와 충돌로 발목 부상을 당했다. 정승현은 오만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 부상이 확인돼 명단 제외됐다.
세 선수는 결국 A매치 일정 도중 치료를 위해 하차하게 됐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와 대표팀은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소집해제를 결정했다. 홍명보 감독은 3명이 이탈했음에도 추가발탁 없이 25인 체제로 요르단전에 돌입했다.
이강인, 백승호의 이탈로 홍명보호 ‘중원’ 구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인범이 최근까지 소속팀에서 부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 온전치 않다. 오만전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요르단전을 앞두고는 든든한 ‘믿을맨’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의 출전을 예고했다.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의 몸 상태) 생각보다 좋다. 소속팀과 전체적으로 소통하면서 지내왔다. 지난 경기 전보다 더 나아진 상황이다. 본인의 출전 의지 또한 강하다. 경기에 100%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리 이야기할 수 없지만 선수 보호를 위해 선택을 내리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 3선에는 황인범을 비롯해 박용우, 원두재가 있다. 두 선수는 황인범처럼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연결고리 역할보다는 파트너로서 수비적인 부분에 더 강점이 있다. 황인범을 대신해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로는 김천상무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동경 또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강인의 이탈이 무엇보다도 뼈아프다. 이강인은 그동안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홍명보 감독은 팀의 ‘차포’ 중에서 ‘차’ 하나만 들고 싸워야 한다. 손흥민의 역할이 달라질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위치 변화에 대해 득과 실을 조명하면서도 티의 밸런스, 조직력을 지켜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생각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2선에는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이재성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 뒤에는 양민혁, 엄지성, 양현준, 배준호 등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프레시한 선수 활용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과 함께 ‘신구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