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느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게 야구라고 생각한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전날 끝내기 기회를 놓치며 아쉬워했던 이정후는 이날 2루타 2개 포함 3안타 2득점 기록하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어제 하나 쳤다고 해서 오늘도 하나 치라는 법도 없고, 오늘 세 개 쳤다고 내일 세 개 치는 법도 없다. 안 좋은 경기가 있으면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한다. 오늘같은 경기도 마찬가지로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이날의 활약은 상대 선발 브라이스 밀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전력 분석 할 때부터 구단에서 상대 투수의 속성을 알려줬다. 첫 번째 상대할 때는 직구로 많이 승부하고 두 번째부터 변화구로 승부를 한다고 말해줘서 그걸 생각했다”며 말을 이었다.

4회 2루타 출루 이후 도루와 관련해서도 “코치들과 항상 도루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전에도 미팅을 하면서 상대 투수들의 습관을 파악한다. 투구할 때, 견제할 때 습관을 체크하는데 오늘도 투구할 때 습관이 나오길래 바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출루했을 때 득점이 많아진 비결을 묻자 “타점을 내줄 선수들이 잘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내 임무는 3번 타자지만, 주자가 없을 때도 어떻게해서든 출루하려고 하고 있다. 뒤에 타자들이 좋고 우리 팀 타격이 좋기에 어떻게해서든 상황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날 오라클파크를 가득 메운 4만 관중은 이정후의 활약에 열광했다. 자이언츠 구단은 그를 위해 경기 도중 특별히 이정후의 키움 시절 응원가를 틀기도 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에 응원가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밝힌 이정후는 “구단에서 이렇게 신경을 써줘서 감사하다”며 생각을 전했다. ‘한국처럼 타석마다 틀어달라고 하면 어떻겠는가’라는 제안에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오라클파크 중앙 외야 좌석에는 이정후를 응원하는 특별 구역이 운영되기도 했다. 구단에서 제작한 주황색 티셔츠 이외에도 이정후의 전소속팀 키움과 대한민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다. 키움 유니폼도 보이고 대표팀 유니폼도 보여서 너무 감사했다. 공도 많이 던져드렸는데 받으셨는지 잘 모르겠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태교 여행을 샌프란시스코로 택한 한 부부는 경기전 필드를 직접 찾아와 이정후에게 사인을 받기도 했다.

이정후는 “진짜 내가 뭐라고 태교 여행으로 여기까지 와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건강히 튼튼한 아기 낳으셨으면 좋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관중들은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정!후!리!”를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과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팬들이 “하!성!킴!”을 외치는 모습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지켜봤던 그는 “그걸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못지않게 관중들이 구호를 외쳐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누간가 한국의 후배들이 이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불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뒤 경기장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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