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핵심은 추가 해명도, 감정적인 반박도 아닌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 뒤에 공개된 ‘통화 녹취’가 여론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8일 새벽, 박나래와 전 매니저 A씨가 나눈 통화 녹취가 최근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를 통해 공개됐다. 시각은 새벽 1시 40분경. 공개된 내용에는 그동안 제기돼 온 ‘갑질 가해자-피해자’ 구도와는 다른 결의 대화가 담겼다.
A씨는 “왜 내가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며 울먹였고, 박나래 역시 말을 잇지 못하며 오열했다. 대화는 책임 공방이 아니라 서로의 상태를 걱정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반려견 건강, 가족 이야기, 박나래의 흡연과 목 수술까지 언급되며 관계의 밀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A씨가 “언니는 내 사랑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간 주장돼 온 ‘공포의 대상’이라는 프레임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남겼다. 업무 관계를 넘어선 사적인 신뢰가 존재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감정의 온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상황은 급변했다. A씨 측은 이후 인터뷰와 방송을 통해 “실질적인 사과나 합의는 없었다”, “술에 의존한 대화였다”며 기존 입장을 정리했다. 박나래가 SNS를 통해 ‘오해를 풀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낸 뒤, 법적 대응을 본격화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새벽의 감정과 낮의 판단,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선택이 내려졌다. 이 지점에서 박나래의 대응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가 폭로나 감정적 대응 대신, ‘마지막 입장문’ 이후 사실상 침묵을 택한 전략이다.
해당 입장문 이후 박나래는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추가 발언을 삼갔다. 그 사이 전 매니저 측의 주장과 녹취 내용 사이의 간극, 급여·4대 보험·경력 관련 설명의 엇갈림 등이 하나씩 드러나며 여론도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물론 박나래의 복귀를 낙관하기엔 이르다. 갑질 논란 외에도 사생활 유출, ‘주사 이모’ 관련 의혹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한때 일방적으로 기울었던 여론의 추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위치에 와 있다.
말을 아낀 침묵, 그리고 뒤늦게 공개된 3시간의 대화. 박나래의 ‘마지막 입장문’이 자충수가 될지, 신의 한 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프레임은 더 이상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