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의 은퇴길이 험난하다. 최정상에서 코트를 떠나길 원하는 그지만, 이제는 2년 전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정관장과 도드람 2024-25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 일정을 앞두고 있다.
다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친 흥국생명이다. 5판 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은 홈에서 열린 1, 2차전 연승을 따내며 우승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대전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정관장에게 연달아 패하며 무릎 꿇고 말았다.
2승 2패. 이제는 물러날 곳이 없는 흥국생명과 김연경이다. 그는 “3차전 안에 끝내겠다. 4, 5차전 없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다시는 인천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으나,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대전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하며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게 됐다.
김연경의 V-리그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16년 전인 2008-09시즌이다. 이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2020년 V-리그에 다시 돌아와서는 3번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다. 그러나 2021-22시즌 GS칼텍스, 2022-23시즌 한국도로공사, 2023-24시즌 현대건설의 우승을 바라만 봐야 했다.
김연경은 지난 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만을 바라보고 내달렸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건재함을 보여주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4차전까지 김연경은 평균 24.75득점을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5차전 필승을 다져야 하는 상황, 그러나 2년 전 악몽이 겹칠 수밖에 없다. 당시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1, 2차전 승리 후 3, 4, 5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우승에 실패했다. 이는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이를 두고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또한 챔피언결정 4차전 후 “2년 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팀이 달라졌다”라며 “중요한 순간 우리가 부족했다. 더 강해져야 한다.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정관장이 유리하다. 리베로 노란, 세터 염혜선이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연패를 끊고 연승 흐름을 만들었다. 여기에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기록까지 부담스럽다.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정관장은 과거 2005, 2009-10, 2011-12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5차전은 김연경의 진짜 ‘라스트 댄스’다. 배구여제의 고별전이다.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많은 배구팬이 김연경이 ‘통합우승’으로 은퇴하길 바라는 상황. ‘외나무다리 승부’ 속에서 2년 전 악몽을 떨쳐내고 화려한 대관식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